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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시체싸이트 8

농구왕김타자 |2011.03.18 09:55
조회 1,589 |추천 9

..


마침 전에 우리가 처음으로 그 시체사이트를 보았을때 은식
이가 쓰던 컴퓨터는 비어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 컴퓨터로 다가갔다. 내가 먼저 앉으려고 했지만 주
완이가 먼저 의자를 빼 자리에 앉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쪼그리고 앉아 모니터에 시선을 맞추었다.

허황된 망상일거라 생각되었지만 나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
다. 주완이도 마찬가지처럼 보였다. 바싹 붙어 앉아 있지
않으면 느껴지지 못할 만큼의 떨림이 느껴졌다.

주완이는 화면이 익스플로러를 띄우고 커서를 주소 입력창
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양손의 집게손가락을 뻗어 키보드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더듬더듬 주소를 치기 시작했다.

"너 그 사이트 주소 알어.."

"응. 어렴풋이.."

"그래.."

주완이는 일명 독수리타법으로 더듬거리며 주소를 쳤다. 모
니터와 키보드를 연신 번갈아 쳐다보면서 쳤지만 저번과 같
은 화면은 뜨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야?"

"글쎄 주소가 틀렸나? 이게 맞는거 같은데.."

"야. 그런데 왜 안떠? 이상한 영어만 나오고..."

"그러게? 그걸 내가 아냐?"

답답했는지 주완이는 카운터에 앉아서 우리쪽을 힐끔힐끔
한번씩 바라 보는 현미를 불렀다.

"윤미씨 이거 뭐라는 거에요?"

윤미는 내 옆에 섰다. 나는 윤미가 모니터를 똑바로 바라
볼수 있도록 일어섰다. 그러자 윤미는 고개를 숙여 모니터
를 바라보았다.

"글쎄요.. 이 사이트가 링크되지 않았다는군요.."

모니터를 한번 살펴본 똑바로 섰다. 주완은 앉은자세에게
고개를 윤미에게 돌려보며 물었다.

"링크되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정확히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 표정을 지어보이려고 애썼다.

"제가 보기에는 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이 무슨 이유에서인
지 서버와의 연결을 잠시동안 하지 않은 모양인데요. 아마
도 이 사이트를 업그레이드 하려는 거겠죠. 새로운 내용을
첨가하거나 새롭게 고치기 위해서..."

"아~~"

나와 주완이는 동시에 입을 벌리고 거의 똑같은 표정을 지
어보였다. 아무나 풀수 있는 수학문제를 해답을 보고서야
알아냈을때 짓는 표정이 아마도 이런 표정일 것이다.

나는 윤미가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는 것을 알아차렸을때서
야 입을 다물고 정색을 했다. 내가 무식하다는 것은 잘 알
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남에게 자랑할만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윤미는 미소를 보냈다. 무슨 뜻인지 전혀
알수 없는 미소를 아주 짧게 지어보인 윤미는 제 할일은 끝
냈다는 듯 뒷모습을 보인채 원래의 자리로 걸어갔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넋 놓고 쳐다보아버렸다. 주완이가
요란하게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그 의자로 나의 다리를 조금
아플정도로 쳤을때까지 말이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쳇.. 괜시리 긴장했네.."

맥이 풀어졌다. 나도 주완과 마찬가지로 긴장이 풀어져 버
렸다. 괜히 우습지도 않은 망상에 사로잡혀 긴장했던 생각
을 하니 우습기까지 했다.

"너때문에 그런거잖아.."

주완은 머쓱했는지 괜시리 가만히 있는 나에게 뒤집어 씌
우려고 했다.

"내가? 야!! 먼저 그 사이트 이야기 꺼낸 것은 너 잖아.."

우리가 누가 먼저 말을 꺼냈냐는 것으로 티격태격하는 동안
이라는 빨간 글씨를 새긴 조금은 찌그러진 철가
방을 들고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배달원이 '식사왔어
요'라고 약간은 건방진 모습으로 pc방 안으로 들어섰다.

"야!! 너 고딩때 모습이다.."

주완이 그 배달원을 가리키며 나에게 말했다.

"에라이.."

나는 부정하지는 못하고 그냥 주완이의 머리를 한대 갈겨
주었다.

우리는 카운터 뒤편에 조그만 탁자위에 식사를 올려 놓고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래간만에 여자와 함께 아니 현
미와 함께 먹는 거라 긴장했는지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지
만 몇 수저들어가자 그런 것은 이내 까맣게 잊어먹고 본연
의 모습을 돌아가 허겁지겁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먹어 치
웠다. 그러면서도 계속 윤미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차마
똑바로 쳐다볼수는 없었다. 현미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예
쁘게 밥을 먹었다.

여자와 함께 밥을 먹어본적이 별로 없어서 그게 내숭인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먹는것인지는 구별이 되지 않았다.

"야. 배고팠냐? 꼭 몇 끼 굶은 것처럼 먹냐?"

내가 금새 밥공기를 비우자 주완이 물었다.

"그럴줄 알았으면 공기밥 하나 더 시킬걸.."

그 말뜻은 빨리 먹어 치워도 자신의 밥은 줄수 없다는 이
야기였다. 주완은 그 말을 하고 밥을 한 숟갈 크게 퍼서 자
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이거라도 드세요.."

윤미는 내 얼굴도 보지 않은채 자신의 밥공기의 밥을 수저
로 크게 한번 움푹 퍼서 내 밥그릇에 덜어 주었다.

"한번 주면 정 없다니.."

그러면서 다시 한 수저 담아 주었다. 나는 얼떨결에 받아
들었다.

"괜찮은데..."

나는 약간 쑥스러워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깨끗하게 먹었으니 걱정마시고 드세요.."

윤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얼굴도 쳐다보지 않은채 무뚝뚝
한 말투로 말했다. 마치 조선시대의 아낙이 자신의 집에 온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 같았다.

"아.. 예.."

주완도 평소 자기가 보아왔던 윤미의 태도같지 않은지 나와
윤미를 한번씩 번갈아 보았다. 평소에 윤미는 거의 모든 사
람한테 싹싹하게 굴었다. 무뚝뚝한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진
건 당연한 것이었다.

밥을 먹고 나자 졸려왔다. 별다른 할일이 없는 나는 구석자
리에서 졸았다. 주완이는 12시가 넘어 야간 아르바이트생에
게 가게를 맡기고 나와 함께 PC방을 나왔다.

내가 일어났을때는 이미 윤미는 아르바이틀 끝내고 집에가
고 없었다. 인사도 하지 못한게 약간은 아쉬웠다.

주완이와 나는 여간에 아르바이트 하는 현철이라는 사람에
게 가게를 맡겼다. 주완이 말로는 자신의 아버지 친구 아들
이어서 믿을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밖에는 가랑비가 조
금씩 흩날리고 있었다.

"오늘은 너희집에 가서 자야겠다."

주완이 말했다.

"그럴래?"

나도 혼자서 자고 싶지 않았다. 겁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비도 오고 마음도 심란한 밤에는 이야기동무라도 있
는 편이 좋았다. 비가 와서 나는 스쿠터를 빌딩안으로 들여
놓고 주완이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24시간
편의점에 들러 맥주 몇병과 마른안주 조금을 사가지고 집으
로 왔다.

우리는 대충 발만 닦고 맥주를 먹기 시작했다.

"은식이는 뭐하길래 오늘 코빼기도 안 보이냐?"

"글쎄.. 피곤해서 하루종일 잤나 보지. 나도 너가 나오라고
만 안했으면 아마 계속 잤을지도 몰라.."

"화석이 부모님은 언제쯤 올까?"

"아마도 며칠후면 오겠지.. 여행사에서 간 여행이니 정해진
기간이면 올거 아냐.."

"하긴.."

우리의 대화는 여기서 멈추어 버렸다. 화석이 걱정때문이었
다. 하지만 일부러 화석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괜시리
술 먹으면서 실종되어버린 친구녀석 걱정을 한다는 것이 못
마땅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금방이라도 화석이녀석
한테 전화가 걸려 올것 같았다. '내가 잠시 여행 좀 다녀왔
어. 걱정했냐?'하고 말이다.

"맞다. 그건 그렇고 너 현미와 무슨 일 있었냐?"

주완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나는 주완이의 말에 황당한 얼
굴을 지어 보였다.

"일은 무슨일??"

"그런데 윤미 걔 왜 그러냐?"

"뭐가?"

나는 주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면서 애써 모르는
척 했다. 윤미라는 아이한테 무관심한 척 할 필요가 있었
다.

"아까도 그렇고 이상하게 너 한테만 유독 쌀쌀맞게 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내가 보기에 걔가 그런 성격이 아닌
데. 아무한테나 싹싹하게 잘 하는데 이상하게 너 한테는
조금 무뚝뚝하게 구는 것 같더라.."

"몰라..."

나는 애써 모르는 척하며 반쯤 남은 맥주캔을 한꺼번에 들
이켰다. 주완이는 히죽 웃어 보였다.

"기분 나쁘게 왜 웃어 쨔샤?"

나는 안주로 파스타치오를 씹으며 물었다.

"에이~~ 혹시나 했는데 역시 윤미 걔 너한테 관심있는거 아냐?"

순간적이지만 얼굴로 피가 몰리는 기분이었다. 쑥쓰럽거나
찔리는 일이 있으면 그랬다.

"관심은 무슨 관심??"

나는 애써 무덤덤하게 맥주캔을 따며 물었다.

"아니야. 은식이나 화석이 이야기는 안 물어봐도 윤미가 너
이야기는 가끔 물어보더라구. 이것 저것 말야.."

"그래서 사실대로 이야기 해 줬냐?"

"응. 아무생각없이 이야기 해 줬지. 교묘하게 물어봐서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그럼 됐네.."

나는 다시 맥주를 들이키고 안주로 사온 쥐포를 뜯어 먹었다.

"되긴 뭐가 돼?"

"사실대로 이야기 해 줬다며.. 그럼 걔도 잘 알거 아냐..
나 고졸이고 놀고 있고.. 기술도 없고 능력도 없고.. 앞길
은 막막하고.."

"자식.. 무슨. 니가 어때서?"

주완이는 내 말에 화를 내듯 아니라고 부정했다. 하지만 사
실이었다. 뭐 거기다 치장하고 붙여봤자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리고 걔 대학생이잖아."

"대학생이 별거냐? 요즘에는 대학같은거 필요없는 시대라구
.. 기딴곳 나와봤자 별 볼일 없어. 다 실업자야.."

"그래도 틀려.."

"그렇게 말하면 나는.. 나도 너랑 다를게 뭐 있냐? 고졸이
고 기술없긴 마찬가진데.."

"후후.."

나는 그래도 넌 나랑은 다르다고 말해주려고 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주완이가 싫어할 것이라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린 젊잖아.. 아직도 생각해보면 할일이 엄청 많을거야."

"자식!! 형님한테 충고하는거냐.. 에라이~~"

나는 주완이의 머리를 살짝 때렸다.

"어쭈.. 형님은 뭐가 형님이야? 증까봐!! 엄연히 내가 3일
이나 먼저 태어났어.."

주완이는 지지않고 덤볐다. 우리가 잘하는 레파토리였다.
주완이와 나는 생일이 3일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가끔 이
런식으로 티격태격 하곤 한다.

"애쭈.. 인생경험의 면에서는 내가 훨씬 형님이지.. 자식!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

"어쭈.."

우리는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주완이는 언제인지 모르게 잠
이 들어 버렸다. 나는 하루 종일 잠을 자서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화석이의 얼굴을 볼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윤미의 얼굴도.. 나에게 불행이 밀려오고
있는지 행복이 밀려오고 있는건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밀려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얼마되지 않아
나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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