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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못들어봤을 무서운이야기<13>

할로 |2011.07.26 10:48
조회 4,406 |추천 12


★한번도못들어봤을 무서운이야기 1~10
http://pann.nate.com/talk/312168939

 














나는 그 순간 평생 이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는 믿지 못할 일이 퍽이나 많이도 일어난다고들 이야기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책이나, 영화, 그리고 지하철 가두판매대 위 신문들의 헤드라인일 뿐이죠.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말입니다.
나는 충분히 상식적인 사람입니다.
번듯한 직장도 있고, 결혼을 약속한 애인도 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구에만 몰두했으며, 꽤 괜찮은 논문들도 발표하고
그쪽 학계에서는 제법 인정받은 사람입니다.
논리적으로 증명해내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왔죠.
바로 엊그제까지는 말입니다.
아아, 손이 아직도 떨리는군요.
그래요, 그것은 충분히 .. 충분히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버릴만큼
충격적이고 짙은 공포의 향연이었습니다.
두려움에 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나요?
물론, 사전을 뒤적거려 본다면 두려움이란 단어가 지니는 관념에 대해서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개개인이 가지는 두려움의 구체적인 형상이란 말이죠.
형이상학적이고 텍스트로 설명되지 않는 .. 아, 그런것 있지 않습니까 왜,
심령 현상이니 귀신이니, 외계인이니 하는 것들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제 차 뒷 시트에는 김종철이가 타고 있습니다.
네네, 그럼요.
말하는 제 자신도 스스로의 머리구조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 혹은 제가 미쳐버린 것인지 말입니다.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군요.
아, 담배 한대 주시겠습니까? ..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 불도 좀. 손이 떨려서.
아, 그렇게 채근하지 마십시오.
당신네들이 찾고 있는 김종철,
내가 차로 치어서 어딘가에 암매장 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는게 분명할
그 김종철이는 조금 전 말씀드린 것처럼 분명히 제 차 뒷좌석에 타고 있습니다.
아, 그렇죠. 사고를 낸 것은 제가 맞습니다.
제 차 앞 범퍼가 조금 찌그러져 있는 것까지 찾아내셨는데 제가 굳이 숨길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또한 저는 분명히 김종철을 병원으로 호송하기 위해 즉각 차에서 내려
김종철이를 들어다가 뒷좌석으로 옮겼다 이말입니다.
것참, 채근 하지 좀 마십시오, 얘기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병원에 가지 않았는지를 묻고 싶으신것 아닙니까.
갈 수가 없었으니까요, 아니요, 사망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 입니다.
석화(石化)되어지는 체질의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문자 그대로 사람의 몸이 돌처럼 되어가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대체로 희귀병에 투병중인 사람들의 체질에 많이 나타나고 있죠.
김종철이요?
아닙니다. 김종철은 석화체질이 아닙니다.
그 녀석은 아아, 믿지 않으실테지만 점화(點化) 체질로 변한 사람입니다.
김종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학술 연구회에서였습니다.
나는 생물학 분야를 연구중이여서 당연히 의학쪽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종철은 저와 같은 학번인 의대생이였죠.
우리는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었지만 연구실이 달라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98년 학술 연구회에 학과 대표 자격으로 참가했다가 그를 만났습니다.
그 역시 매우 우수한 연구진으로 발탁되어 참가했더군요.
서로의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김종철의 학구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굉장했었습니다.
연구과제를 하나 떠맡게 되면 몇 달을 꼼짝도 하지 않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않은 채 온종일 현미경이며, 플라스크들만 들여다보고 있어
같은 연구실 사람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까요.
저 역시 외곬으로 파고드는 경향이 있어 김종철의 그런 면과도 제법 맞는 편이었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놓고 서로 의견이라도 다르게 나올라치면
우리는 그 문제를 두고 며칠동안 서로의 답이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밤을 새워 연구하고 토론하고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주로 동물의 생체를 연구했고, 그는 의학에 기여할만한
보다 실용적인 인체에 대한 연구를 했으므로 우리의 의견은 번번히 다르곤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며 줄곧 좋은 친구이자 라이벌로 지냈습니다.
대학원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논문이며 학회 준비며 이것저것으로 바쁠 때였습니다.
서로의 일 때문에 한달 정도 얼굴을 보지 못한 어느 날 그는 불쑥 연락도 없이
내 연구실로 찾아왔더군요.

'여어, 김종철_ 오랜만이군'

' .. 잘 지냈는가'

오랜만에 만난 그는 전보다 더욱 초췌하고 볼품없어진 모습이었습니다.
흰 실험복은 본래의 색깔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색되었고
핏자국이며 체액의 흔적들이 간혹 팔꿈치에 희끗희끗 보였습니다.
수염은 까슬하니 자라있었고, 시커멓게 말라있는 광대뼈 위로는
김칫국물이 적나라하게 묻어있는 안경이 걸쳐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두 눈만은 예리하게 반짝거렸지요, 물론 심하게 충혈된 상태이긴 했지만요.

'무슨일이야, 자네 또 새로운 연구를 맡게 되었나?
하긴, 요즘 다들 논문이며 학술회로 바쁘더군'

'나, 굉장한 것을 발견했다네!'

짐짓 그의 목소리가 생기를 띄며 나에게 더욱 얼굴을 바싹 들이밀었습니다.

'이 실험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노벨상 따위는 문제없을 거라 생각해'

'뭐?!'

충분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노벨상 따위를 운운하다니!
이 친구가 너무 연구에만 몰두하다보니 정신이 이상해진 것인가 싶어
나는 당황해서 잠시 그를 아무말 없이 바라보았습니다.

'흐흐흐흐, 어떤가 _ 내 프로젝트에 같이 하지 않을텐가?'

'도대체 어떤 연구이기에 그렇게 기고만장한건가 자네, 한번 들어나 봅세'

그는 채근하는 나를 자신의 연구실로 데려갔습니다.
논문 발표중인 내 연구따위는 접고 자신의 프로젝트에 동참하라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계속해서 지껄여 대면서 말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친구가 머리가 이상해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연구실 문에는 보기에도 거부감이 들 정도로 크고 단단한 자물쇠가 걸려 있었습니다.

'아니! 연구실 문에 자물쇠라니!'

그러자 그는 비실거리고 얼굴을 찌끄러뜨려 웃더니 실험복 호주머니를 뒤적거려
열쇠로 자물쇠를 따며 말을 이었습니다.

'노벨상감이야, 노벨상 흐흐'

육중한 자물쇠를 따고 들어온 그의 연구실은 마치 암실처럼 캄캄했습니다.
게다가 혼자 연구를 해 온 모양인지 조교도 연구진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혼자 실험해온건가?'

'그렇지, 자네한테 처음으로 공개하게 된 걸 영광으로 알라고!'

그는 다시 조심스럽게 연구실 문을 닫고 나를 연구실 한쪽으로 데려갔습니다.
불을 켜자 커튼으로 가린 창문들과 책상 여기저기를 덮은 검은 천들이 보였습니다.
동물 실험도 한 듯 검은 천으로 덮어 놓은 철제 우리 안에서 동물 특유의
비릿비릿한 냄새도 흘러나왔습니다.
그는 나에게 고개를 까딱거리며 즐거운 얼굴로 눈앞에 놓인 검은 천을 홱 들어올렸습니다.
나는 무언가 굉장한 것이 있을거라 기대를 하고 철제우리를 응시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실망스럽게도 그 안에서 나온것은 하얗고 검은 무늬를 가진 토끼였죠.

' ..?!'

'어때, 어때, 놀랍지?'

김종철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한 얼굴로 내게 채근했습니다.

'이게 뭐야, 그냥 토끼아닌가! 자네 지금 장난하나?'

괴짜같은 친구의 말을 정말로 믿고 잔뜩 기대했던 내가 어쩐지 맥이 빠져
그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그의 표정이 삽시간에 딱딱하게 굳어졌습니다.

'아직 뭘 모르는군, 잘 보라고 _'

그는 내가 자신의 연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나는 듯
직접 철제 우리 안으로 손을 넣어 검은 반점이 있는 토끼를 손으로 잡아올렸습니다.

'알겠나? 흐흐_ 이 녀석은 원래 흰 토끼라고'

김종철에게 토끼를 받아든 나는 토끼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흰토끼? 그럼 이 검은 반점은 ..?'

나는 흰 토끼의 몸에 크게 얼룩얼룩하게 나 있는 검은 반점들을 꾹 눌러보았습니다.

'어엇?'

분명히 검은 무늬같았는데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꽤 딱딱했습니다.

'대체 뭘 연구한건가?'

나는 여전히 토끼의 검은 반점을 손으로 꾹꾹 눌러보며 물었습니다.

'점이지'

'뭐?'

'점, 점 말이야. 사람 몸에 생기는 검은 점'

나는 잠시 벙쪄서 그 친구를 의아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럼 이것도 점이란 말인가?'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흰 토끼의 검은 얼룩을 다시 눌러보며 물었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말이야 _ 내가 설마 동물에게 인간의 점을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말게'

그는 여전히 의아스러워 하는 나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뜸을 들이더니
유쾌한 듯 껄껄 웃었습니다.

'그 토끼에게 암 세포를 이식했지, 그리고 그 녀석은 지금 모반세포의 양성화를 통해서
스스로 자연 치유력을 가지게 된 것이라네!'

모반 세포의 양성화란 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점은 점을 구성하는 세포들, 이 세포들을 모반세포라고 합니다.
여튼, 그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양성종양이죠.
물론 악성종양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것들은 대개 피부암 쪽으로 분류되어긴 하지만요.
김종철은 점의 모반세포를 통하여 암세포를 함께 양성종양화 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이런 연구는 이제까지 발표된 어떤 연구 결과나 학설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상초유의 일이었기에 나는 그 뜻밖의 연구를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점으로 자연치유력을 생성한다 !
김종철의 연구 결론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온몸이 전율로 휩싸이더군요.
생각해 보십시오.
이제까지의 의학은 주로 약물과 수술을 통한 치료등

내성의 면역을 약화시키는 방법을 채택해왔지만, 만약 이 연구가 성공해서

학회의 인정을 받아 보급된다면 앞으로의 의학에서 불치병은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아아, 정말 굉장했습니다.
지금껏 내가 해온 그리고 그때까지도 내가 매달리고 있던 발표 연구와는
차원이 다른 개념의 연구였죠.
그 순간만은 김종철이 나와는 다른 비상한 머리의 인류 최고의 천재로 보이더군요.
내가 그제야 그의 연구를 알아차리며 경외감이 깃든 눈으로 바라보자
그가 호쾌하게 껄껄 웃어보였습니다.

'어떤가_ 이제까지의 의학계를 완전히 뒤엎을만한 연구지?'

'그래, 과연 이 정도라면 정말 노벨상은 문제없겠군 !! .. 그런데 말일세'

나는 그의 말에 동조하며 맞장구치다가 문득 손에 느껴지는 토끼의 딱딱한
점 덩어리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굳이 이렇게 색소가 짙은 모반세포를 사용한 이유는 뭔가? 그리고 이 점들이
암세포와 함께 양성화되면 역시 자연치유력으로 스스로 제거되는 건가?'

내가 질문하자 그는 크흠_ 하며 헛기침을 한번 하고 대답했습니다.

'역시 자네는 예리하단 말이야, 사실은 그 때문에 자네를 부른거네.
모반세포를 통해 암을 양성화시키는 것까지는 성공을 했는데 말이야 크흠크흠'

그는 곤란하거나 난처하면 헛기침을 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점처럼 굳어진 암세포들은 없어지지 않더군, 게다가 표면으로 튀어나와 가끔 그렇게
딱딱해지기도 해_ 점이 딱딱한 경우는 없으니 그건 죽은 암세포 덩어리란 말이지'

'멜라닌 색소를 가진 모반세포를 사용해 봤나? 아, 그리고 이 점들 말이야'

나는 안고있던 토끼의 검은 점을 이리저리 살피며 말을 이었습니다.

'보통 점을 없애는 것과 같이 레이저로 수술하면 어때?'

'내가 해보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어두워지는 그의 얼굴을 보며 내가 중얼거렸습니다.

'실패했군'

'그래, 실패했다네. 멜라닌 색소를 사용해도 점들은 죽은 세포와 함께 양성화 되어서인지
결국은 까맣게 변하더군. 그리고 레이저를 이용한 제거 수술은 매번 실패했어.
점들이 암세포를 감싸며 진피속으로 들어가 버려서 조금만 잘못 건들여도 내장기관이
레이저에 그을려 다치게 되었다네, 물론 사람보다 작은 동물들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그의 말에 난 혀를 차며 토끼를 다시 우리 안으로 넣었습니다.

'정말 아깝군, 평생 몸에 저걸 가지고 살아야 하다니 _ 그 난점만 극복하면 정말
의학계의 꿈의 치료제가 될텐데 말이야'

'그렇지? 어때, 자네 _ 내 자네니까 믿고 이런 부탁하는걸세. 나와 함께 이 프로젝트 하지 않겠나?'

나는 그 순간 잠시 망설였습니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그 이후로의 탄탄대로는 말할 것도 없었고,
대대로 의학계의 빛나는 영웅이 되어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선은 김종철이 시작한 연구이므로 나는 그의 연구진 자격으로 들어가
함께 실험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 조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게다가 그의 연구 못지않게 졸업 준비를 앞두고 있는 나의 연구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미안하네 종철이, 우선은 내 연구부터 해두고 와서 도와주면 안되겠나?'

그는 나의 대답에 맥이 빠진 듯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고 있더니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어쩔 수 없지, 그래 그렇게 하게. 하지만 자네, 정말 좋은 기회를 놓치는 거야'

그리고 다시 졸업때까지 우리는 서로 생사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습니다.
내가 졸업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는 학회에서 꽤 좋은 반응을 모아
나는 괜찮은 정부 연구진으로 발탁될 수 있었고, 내 상황이 한시름 놓아지자
그제서야 엄청난 연구를 시도하던 김종철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그의 연구실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를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연구실 안은 불이 꺼진채 큰 자물쇠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어요.
몇 번이나 두드리고 불러도 안에서 인기척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후에 김종철의 조교에게 물어보니 일주일 쯤 전 짐을 싸들고 부랴부랴 어디론가
떠나더라는 말밖에는 듣지 못했습니다.
어디로, 왜 갔는지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채 급한 일이 있는 사람처럼
나가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친구가 실험의 완성에 필요한 연구결과를 수집하러 갔거나
혹은 외국으로 더 공부를 하러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업적에 남을 만큼 좋은 연구라 생각되어 그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곧 나도 이럭저럭 바쁜 생활을 하느라 그를 잠시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그후 작년 이맘때쯤 그에게서 연락이 있었습니다.
용케도 잊지 않고 있었는지 집으로 전화가 왔더군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소스라치며 비명을 지르듯 내뱉았습니다.

'아니, 김종철 자네! 여태 어디 있었나?'

그는 대답대신 수화기 너머에서 비실거리며 웃을 뿐이었죠.

'지금 어딘가, 지난번에 그렇게 떠난 후에 연락 한번 없다니!'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내 상황이 썩 좋지 않아서 '

말끝을 흐리는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습니다.

'참, 지난번에 연구하던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나? 제거하는 방법은 밝혀냈나?'

' .... '

김종철은 입을 다물었습니다.
나는 잠시 그가 내뱉는 헛기침 소리를 들으며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구나 직감했습니다.

'그래, 연구가 쉬운 일만은 아니지. 자네 지금 어딘가?'

' ..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느닷없이 그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내뱉았습니다.

'응? 무슨일이야?'

' .. 자네가 이 연구를 좀 맡아줄 수 없겠나?'

자신의 연구에 관한한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있던 김종철이
몇 년만에 갑자기 나에게 연락해서는 자신의 연구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잠시 당황스러워져 나는 멍하니 수화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모반세포 활성화 물질이 몸속에 농축되면 변이가 생기게 된더군.
자연치유력이 심각할 정도로 활성화 되어버리는 것이지.
치명적인 암세포가 아닌 단순한 긁힌 상처에도 말일세 _'

그가 다시 느릿하게 말을 이었습니다.

'이런 부탁하게 되서 미안하네, 하지만 꼭 좀 자네가 해줬으면 해'

그리고는 내가 무어라 대꾸할 여지도 없이 전화가 뚝 끊어졌습니다.
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끊어진 수화기를 들고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김종철은 내게 자신의 연구를 마무리 지어줄 것을 부탁해 왔지만
그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매우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내가 그의 연구를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알아온 것도 아니었고
어떤 유전자 형질의 모반세포를 사용했는지, 양성화를 활성화시킨 화학물질은
무엇이었는지 등 도무지 실험에 관해 자세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나도 그의 실험의 전처를 밟아보려 이것저것 자료도 찾고 공부도 했지만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네, 바로 그제였습니다.
김종철이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도 없이 나의 연구실로 말이죠.
아아, 굉장한 비바람이 치는 새벽이었습니다.
마치 공포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그런 터무니없는 폭우가 정말 쏟아지고 있었죠.
나는 투덜거리며 우산을 쓰고 건물 뒷쪽의 주차장으로 걸어갔습니다.
요즘 한참 새로운 프로젝트의 팀장이 되어서 철야를 하는 일이 잦았는데
그 일이 예상보다 진척이 없어 집에 가서 술로 스트레스나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막 자동차에 몸을 실으려는데 차 뒷쪽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더군요.
돌아보니 검은 우산속에 한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거센 빗줄기 사이사이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잠시 누군가 하고 생각하다가
아, 김종철! 하고 기억해내고는 그쪽으로 반갑게 다가갔습니다.

'아니, 이 친구야! 이렇게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다니!'

주차장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검은 우산 안으로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긴 폴라티와 몸을 온통 가리는 코트를 입고 있더군요.
내가 반갑게 다가가 인사를 하는데도 그는 별 반가운 기색없이 대꾸했습니다.

'내가 지난번에 부탁했던 연구는 어떻게 됐나?'

'아, 그것 말인가 .. 이런 비가 너무 많이 오는군, 차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지 않을텐가?'

내가 자동차를 가리키며 말하자 그가 다시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시간이 없네, 연구는 어떻게 됐어? 알아냈는가?'

' .. ?! 자네 왜 이래?'

그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떨렸습니다.

'어떻게 됐냐니까?'

'.. 미안하네 종철이. 자네 실험을 자세히 알지 못해서

사실 자네가 성공시킨 부분까지 손대지도 못했다네'

내 말에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내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 어떻게 그럴수 있나, 내가 그렇게 부탁했는데!'

몇 년 만에 찾아와 나에게 연구를 마무리 지어놓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그의 태도가 어딘지 이상해 보였습니다.

'자네 왜 그래, 정말 무슨 일 있는건가?'

나는 연구에 미친듯한 그의 태도가 걱정되어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가 우산속에서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 나는 주춤 뒤로 물러섰습니다.
손에 힘이 풀려 맥없이 우산이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자, 자네!!'

'.. 내 몸에 실험을 했다네, 실험체인 동물들은 진피와 표피 사이가 얇아
실패하는 것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말일세, 이식된 모반세포의 형질이 달랐던 모양이야.
변이를 일으켰네, .. 자네가 보는 것처럼 말일세'

그가 마치 동물처럼 털이 길게 자라있는 오른손을 내 어깨위에 털썩 걸쳤다.
나는 경악에 찬 눈으로 그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하지만 난 그런 변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다시 몸속에 암세포를 이식했어.
내가 예상한 모반세포의 양질화를 통한 자연치유력 생성은 성공적이었지.
.. 너무 성공적이었네, 내 피부 표면에는 죽은 암세포와 모반세포들이 점처럼 떠올랐지.
나는 레이저로 제거 수술을 받았네만, .. 아아, 미처 그걸 생각하지 못했어! 바보같이!'

빗물에 젖은 새카맣고 털이 북슬북슬 나 있는 그의 손가락은
마치 나병환자처럼 손톱 끝에서부터 굽어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 아앗 자네 손이 ..!'

'레이저로 살갗을 지지자마자 자연치유력이 활성화되며 더욱 큰 점들이 생겨났다네,
하하하 _ 내장기관과 심장을 더욱 단단히 둘러싼 갑옷같은 그런 점 말일세 '

그의 껄껄대는 웃음소리가 묘하게 섬칫해 나는 몸을 한번 부르르 떨었습니다.

'게다가 말이야, 손가락에 작은 상처라도 하나 생기면 순식간에 점이 만들어지거든
그것도 딱딱한 점이. 그래서 손가락이 굽어들더군.'

그는 손 뿐 아니라 얼굴에도 얼룩얼룩한 점이 있었고, 점이 난 자리마다
길게 털이 자라있었습니다.
내가 그의 얼굴을 의아하게 바라보자 그가 다시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진피내에 투입된 모반세포에 모세포까지 자라나더군,
점에서 생성되는 털이라 _ 이거야말로 늑대인간이 따로 없지 않은가 하하'

그가 정말 괴기 영화에 나오는 늑대 인간처럼 울부짖는 시늉을 해 보였습니다.
주차장 주변으로 세워진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검은 우산 속 그의 얼굴에는
빗방울들과 점 위에 자란 긴 털의 윤곽들이 반짝반짝 빛나 보였습니다.

'허, 헉_ '

그리고 이제는 인간의 형상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뭉그러진 얼굴 형상과
형체가 없어진 오른쪽 눈이 각인되었습니다.
아아, 눈이 있는 자리에 크고 불룩한, 마치 흰 눈알과 검은 점이 뒤섞인 듯
희끄무레하고 톡 튀어나온 점에서 머리카락같은 긴 털들이 자라있었지요.
게다가 더욱 견딜 수 없었던 것 투명하게 보이는 점 안쪽에서 동그란 눈알이
스르륵 움직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더라는 겁니다.
나는 그에게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습니다.

'안구에 약간의 스크래치만 생겨도 순식간에 점들이 뒤덮어버리지,
후후후, .. 가만, 자네 지금 날 피하는 건가?'

그가 나를 향해 한발 다가왔습니다.

'으아아악'

긴 털이 자라있는 눈알과 오그라든 손가락을 가진 그것에서 내가 알던 김종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그가 아닐거라고 꿈을 꾸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다가오자 엉겁결에 비명을 지르며 나는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는 잠시 나를 향해 뻗었던 손을 무안한 듯 내리고는 침울한 목소리로 얘기했습니다.

'역시 자네도 나를 괴물로 보는 것이군. 결국 자네의 목적은 연구일 뿐이었나'

저건 김종철이 아니다 아니다, 나는 그 순간에도 그렇게 되뇌고 있었습니다.

'제발, 나를 좀 살려주게_ 이 연구를 계속해 주게'

그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애걸했지만 나는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래요, 분명히 내가 조금 더 이성적인 사람이었다면
정말 그가 맞는지 확인한 후에 조금 더 찬찬히 그에게 실험에 관한 이모저모를 물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터질듯한 두려움과 공포만이 나를 지배하더군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상황, 마치 늑대인간이나 좀비같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괴물이 폭풍치는 새벽 나를 찾아오다니요!!
아아,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칠게 시동을 걸자 차 뒷편에 서 있던 김종철이 트렁크쪽을 손으로 탕탕 두드리며
무어라고 고함치는게 들렸지만 잘 알아들을 수 없었죠.
하지만 굉장히 화가 난 듯한 어투였습니다.
혹시 그가 나에게도 같은 실험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실험을 해서 그를 살려주지 않았다고 나를 해치려는 것은 아닐까 나는 마음이 급했습니다.
있는 힘껏 엑셀을 밟으며 핸들을 꺾었습니다.
그때, 번쩍거리는 헤드라이트 앞을 김종철의 몸이 가로막는 것이 보였습니다.
급브레이트 밟는 소리에 내 비명이 섞여 나왔죠.

'으아아악!!'

그는 차를 세울 요량으로 뛰어든 듯 보였지만, 아 뭐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만 _
여튼 그때 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죠.
아, 네 압니다_
이런 식으로 합리화 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먼저 뛰어든 것은 그였고
전 이미 두려움에 전신이 마비된 상태였으니까요.
둔탁한 충격이 차체에 전해지고 핸들앞에서 에어백이 터져나왔습니다.
나는 한동안 에어백에 고개를 처박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상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것이 정말 김종철인지 어쩐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내가 차로 치었습니다.
나는 두려웠지만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덜덜 떨며 차에서 내렸습니다.
아까 접촉사고가 났을때 에어백이 터지긴 했지만 핸들에 이마를 부딪친 모양인지
일어서자 머리가 어지럽고 이마쪽이 얼얼했습니다.
쏴하고 쏟아지는 빗줄기가 헤드라이트에 반사되어 번쩍거렸고 그 사이로
길에 쓰러져 있는 그가 보였습니다.
차 앞 범퍼가 찌그러져 있었고, 그는 자리에 꼼짝않고 누워있더군요.
나는 조심조심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가까이서 본 그는 훨씬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두개골이 함몰된 듯한 형상에 갈비뼈가 부러져 왼쪽 배 밖으로 삐죽이 나와 있더군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피가 흘렀고
배에 난 구멍에서 조금씩 체액과 누런 내장 기관들도 비어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죽은 것인지 아직 살아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우선은 병원으로 호송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두려움에 몸서리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뒤에서
그를 끌어다가 자동차 쪽으로 옮기려 했습니다.
아마 내가 김종철을 차로 치어 끌고 가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던 목격자는
김종철을 데려가는 저를 보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군요.
막 자동차 뒷자석의 문을 열었을 때였습니다.
눈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포착되더군요.
비오는 바닥으로 줄줄 흘러내리던 내장기관들이 마치 나비의 작은 텁 외엽처럼
또르륵 뱃속으로 말려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저도 순간 눈을 의심했죠.
오늘 이상한 광경을 너무 많이 봐서 머리가 어떻게 된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곧 그의 배 한쪽에 삐죽이 튀어나왔던 갈비뼈 세 개가
거짓말처럼 뱃속으로 쑥쑥 쑤셔넣어 졌습니다.
나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납득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확인하기 위해 그가 입고 있던 코트의 앞섬을 풀어헤쳤습니다.

'?!'

굉장했습니다.
자연치유력에 의해 뼈들이 저절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뼈와 내장이 흘러나온 구멍은 순식간에 모반세포들이 시커멓게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그를 뒷시트에 끌어 올려다 놓고 목의 맥을 짚어보았습니다.
아주 약하긴 했지만 숨이 끊어지진 않았더군요.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부딪혀 온몸에 충격이 심한 모양이었던지 자연 치유력은
몸 곳곳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그라든 손가락이 어깨쪽으로 점점 말려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손가락이 팔목쪽으로 휘어지고 뭉툭해진 팔목이 점점 휘어져 팔꿈치까지
마침내 팔꿈치가 점점 오그라들더니 어깨에 조그맣고 검은 혹처럼 대롱대롱 매달리더군요.
골절상을 당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오는 충격을 최소로 만들기 위해서
몸의 관절과 구조들은 스스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다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두려움 따위는 사라지고 함몰된 두개골은 어떤 식으로 변할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들은 마치 신체 주요 기관들을 몸안으로 접어넣고 있는 듯 보였죠.
그랬습니다,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죠.
그의 두개골의 가운데에서부터 얼굴 아래쪽으로 마치 개수대에 물이 빨려들어가듯
머리꼭대기가 몸통 안으로 쑤욱 빨려들어가더군요.
팔이 접어지고, 다리가 접어지고, 얼굴마저 몸통안으로 빨려들어가자
꿈틀대며 몸체를 단단하게 감싸고 있던 모반세포들이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김종철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의 몸 곳곳에 기생해 있던 모반세포들의 활발한 자연 치유력을 통해
생명과 관련된 기관들이 모두 몸 안에서 보호되고 있었던 것이죠.
결국 차 뒷 시트에는 김종철의 몸통만한 큰 돌멩이처럼 보이는 딱딱한 점만이 남았습니다.
사람의 팔 다리와 머리가 몸통으로 빨려 들어가는 광경,
생각해 보신적 있습니까?
난 그걸 직접 눈앞에서 목격했죠, 바로 이만큼도 안되는 거리에서.
지금 생각하면 지나치게 현실성도 없고 역겨운 광경이지만 그때에는
그저 김종철의 연구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생존에 대한 인체의 끈질긴 본능을 나 역시도 연구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 아아, 마침 앞 좌석에 놓아두었던 서류 가방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간단한 의료기구와 메스가 준비되어 있기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손에 들었습니다.
아아, 미쳤었어요 _ 난 그때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내가 진심으로 김종철에게 사과하고 싶은 거라면 그를 차로 친 것이 아니라
연구적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그를 , 그를 .. 아아, 그를
해부해본 것입니다.
.. 네 해부요, 해부 말입니다! 절개해서 내부를 조사하는 행위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몸통을 감싸고 있는 모반세포들이 딱딱해졌기 때문에 메스로 몇 십번이나 난도질 해야 했죠.
열려진 차 문 밖에서 들어오는 지나치게 큰 빗소리들에 섞여 아주 잠깐
김종철의 비명소리가 들린 듯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메스의 끝 부분이 모반세포의 중앙으로 푹 뚫고 들어갔습니다.
뭐랄까요, 근육 조직이 없는 여린 내장기관들을 절개하는 듯한 부드러운 감촉이었죠.
나는, 순간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미친듯이 그의 표피 안쪽을 메스로 헤집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잘 잘라진 수박 표면처럼 보이는 그의 몸통 속에서는 팔다리의 으스러진 뼈와 근육들
인체 표본 모형처럼 보이는 적나라한 내장들과 거꾸로 접혀진 그의 머리통이 들어있더군요.
점의 안쪽에는 모세포에서 자란 긴 머리카락 같은 것들이 내장 기관을 흩어지지 않게
꽈악 조아주고 있었습니다.
아아 _ 변이의 발견에 대한 흥분감과 기괴한 기관들의 역겨움이 함께 솟아올랐습니다.
나는 그제까지도 김종철의 코 옆에서 작게 박동하는 심장을 해부해보려
막 메스를 들이대었습니다.
그때 죽은 듯이 감겨있던 김종철의 눈알이 스르르 움직여 나를 흘겨보았습니다.
아아악!! 그래요, 분명히 똑바로 , 똑바로 나를 응시했습니다.
펄떡펄떡 뛰는 심장옆에서 거꾸러진 머리를 가진 김종철의 눈이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내가 그의 시선에 뻣뻣이 굳은채로 여전히 심장쪽에 칼을 겨누고 있자
점의 안쪽에서 자란 긴 머리카락같은 모세포 한줄기가 쏜살같이
내 손을 향해 달려들어 살갗을 파고 들더군요.
나는 비명을 지르고 메스를 떨어뜨리며 뒷걸음질 쳤습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김종철의 머리는 나를 계속해서 쏘아보더니 꼬부라진 소장사이로 꿈틀대며 기어들어가더군요.
기다렸다는 듯이 점 안쪽면의 모세포들이 내장을 친친 에워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절개된 면을 다시 봉합시키더군요.
머리가 더욱 내장안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에 몸통의 규모는 더욱 작아졌습니다.
그는 거대한 점이 되었습니다.
내 뒷 시트에 세워진 검은 돌같은 김종철의 점을 바라보며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나를 바라보던 김종철의 눈, 목을 뱀같이 움직여 소장사이로 파고들던 모습 _
욕지기가 치밀어 올라 나는 차밖을 뛰어나왔습니다.
모세포에 쏘인듯한 손등에는 모세포가 뚫고 들어간 동그란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의 점에서 자란 머리카락이 내 몸에도 이식된 걸까요?
나 역시 점화체질로 변화되는 걸까요?
아아, 두렵습니다 _
.. 그는 , 그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겁니다.
아주 조그마한 점이 되어서라도 그의 신체는 생존의 본능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여기까지가 내가 겪은 것의 전부입니다.
믿기지 않으시겠다면 제 차 뒷좌석의 김종철이를 들어다가 엑스레이를 촬영해 보세요.
.. 악! 뭣들 하는 겁니까,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것 놔요 놔!!




















"기괴한 사건이군요, 점화체질이라 .."

비디오 테잎을 돌려보며 말을 잇던 의사가 흘러내린 안경을 밀어올리며 말했다.

"제가 보기에는 연구에만 몰두하다보니 심각한 정신질환을 갖게 된 것 같군요"

사복차림의 형사 두명도 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하며 동조했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저런 미치광이가 있다니 허허 참"

"김종철의 시체는 발견했습니까?"

" .. 글쎄요, 그게 용의자가 저런 상태이니 시체의 행방을 여전히 알 수가 없군요"

그말에 의사는 파일속에 끼워진 초췌한 몰골의 남자 사진을 이리저리 들여다보았다.

"촉망받는 연구진이었다던데, 쯧쯧 _ 너무 연구에만 몰두하다가 미치게 되었다니 아깝군요"

의사가 눈여겨 보지 않고 다시 파일 안으로 섞어버린 사진 속 남자의 이마에는
보기에도 거부감이 들 정도로 큰 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글 퍼가실 때에는 적월매혹 이라는 제 필명과

제 홈피 주소를 함께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

 

 

 

 

 

 

 

 

 

 

 

 

 

 

written by_赤月魅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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