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판을 가끔 즐겨보는 28살 새댁입니다.
결혼한지는 이제 1년3개월 되었고 아직 아기는 없습니다.
작년 11월 쯤 친정에서 키우던 만9년된 개를 데리고 왔습니다.
저한테는 참 많은 의미가 있는 개입니다.
제가 고2때 분양받아서 키우기 시작했던 강아지입니다.
제가 어릴 때 부터 강아지 없이 산 적이 거진 없어요.
우리집에서 안키워도 집주인 할머니가 키우던 진돗개도 우리집에서 키우는 것 마냥
저랑 친하게 지냈고 그 뒤에는 옆집에서 준 발발이 믹스견을 키웠는데
원체 자유로운 영혼이라 제가 초등학교 6학년때 집을 나가서 안들어왔습니다.
그 동네 주변에는 그 강아지를 닮은 강아지들이 널리널리 퍼졌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그 후 중1때 언니가 요크셔테리어를 분양받아서 키우게 됐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고모 사업 도와주느라 집에 이틀에 하루 삼일에 하루 들어왔었고
집에는 저랑 남동생 둘밖에 없어서 매일 7살어린 남동생 밥먹이고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살림하고 강아지랑 같이 낮잠자는게 제 유일한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강아지를 잃어버리게 되고 남동생이랑 울면서 온동네를 찾아봤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습니다.
1달을 나랑 동생이랑 넋놓고 우울증걸려서 있는 모습보고 아빠가 결국 지금 키우는 강아지를 분양받아주셨죠.
아무도 없는 집에 그나마 반겨주던 존재였고 남동생과 제가 엉망인 집안환경에서 삐뚫어지지 않고 자랄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으로 타지역에서 기숙사 생활하며 휴무면은 집으로 달려가 강아지 보고 그랬습니다.
우리집 강아지 제가 훈련을 잘못시켜서 서열도 저랑 남동생말고는 엉망이고 가족외에는 손도 못되게 하는 나쁜 놈이예요.
지 마음에 안들면 물고 덤비기도 하고요.
그래서 집안 사람 중 유일하게 저밖에 목욕을 못시켜요.
휴무면 집에가서 강아지 목욕시키고 했습니다.
배변훈련도 제대로 되지 않아 집 베란다에서 묶여서 키워졌어요.
제가 있을 때는 강아지가 똥오줌을 싸면 바로바로 치워서 부모님이 심각한걸 모르시다가 제가 취업나가고 나서야 알게 되셨거든요.
벌써 성견이 된 놈이라 훈련이 마땅치도 않았고요.
어쨋건 이러저러하게 그 녀석이 올해로 만 10년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처음에 적었듯 작년 11월 강아지를 신혼집으로 데리고 왔어요.
남편도 강아지를 좋아하고 처갓댁갈 때 마다 열렬히 자기 존재를 각인(남편보고 미친듯이 짖어됩니다;)시키는 쪼만한 존재가 웃기고 귀여웠는지 와이프가 외로워하는 걸 보고 안쓰러웠는지 복합적인 거였는지 먼저 키우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데리고 오기로 결정내린거죠.
처음에 둘 사이에 트러블이 종종 일어나도 참견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훈련시킨다고 해도 알아서 하라고 그러고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져서 강아지는 크릉거리며 물려고 자세잡고 그거보고 싸가지 없다고 남편이 더더욱 위협적으로 굴어서 남편이 물리면 말리는 정도였죠.
근데 남편이 강아지가 잘못할 때 배변이 안되거나 물렸을 때 강아지를 때리더군요.
좋게 좋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버릇고친다고 때리겠지만 알아듣지도 못하고 애한테는 위협적으로 보이니 벌을 세우거나 훈련을 해."
저희 집 강아지 몸무게 3Kg에 조그만한 요크셔테리어예요.
거기다가 간질도 있어서 가끔 발작하면 온몸에 힘이 풀려서는 숨이 헐떡헐떡 넘어가기도 합니다.
저희 남편 키가 181에 몸무게가 90이 넘는 거구예요.
손도 엄청 크고 반지를 23호를 낍니다.
그런 장정이 강아지 엉덩이를 소리 날정도로 때리니 잘달래서 말리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집에서 족발을 먹고 왕뼈다귀 있잖아요.
그거 잠시 갖고 놀라고 강아지에 주더라고요.
10분정도 가지고 놀게 한 뒤 뺏었습니다.
뺏기니 성격더러운 그 놈이 가만히 있겠습니다.
크르릉거리고 안주려고 그러죠.
어쨋건 뺏었습니다.
근데 그 왕뼈로 애 머리를 한대 때렸습니다.
(뼈가 얼마나 컸냐면 길이도 저희 강아지만하고 뼈도 강아지 얼굴 크기만함)
딱!하는 소리가 들리고 평소에 때리거나 괴롭히고 장난쳐도 같이 덤비고 부비적거리던 놈이 도망갈 정도로 세게 맞았어요.
저 순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 상태에서 강아지를 잡으러 쫓아가서는 도망간 애의 목덜미를 잡아 올리더군요.
달라고 했습니다.
근데 안주고 목덜미 잡은 상태에서 애가 크르릉거리니 또 뼈다귀를 들길래 달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그제서야 개를 저한테 주었습니다.
안아서 데리고 가서 진정시키고 있으니 뼈다귀 버리고 쫓아오더군요.
제가 남편한테 잔소리해댔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애는 갑자기 왜 때리냐고...
그랬더니 자꾸 덤비길래 미워서 때렸답니다.
어이가 없어서 당신은 그냥 때리는 건데 얘는 잘못맞으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걸 왜 모르냐고...
얼마나 세게 때렸으면 애가 도망까지 가겠냐고..했습니다.
그랬더니 세게 때리지도 않았다고 하대요.
제일 못할 짓이 말못하는 짐승,자기보다 약한 상대 괴롭히는 거 모르냐고 질렀습니다.
둘이 그렇게 말이 없다가 남편이 씻으러 들어가려 옷갈아입더니 옷을 저한테 던지며 신발이라고 소리를 지르대요.
단한번도 저한테 소리지르거나 욕한적 없는 사람이니 저는 벙쪄서 말도 안나오고...
남편이 씻고 나와서 어느정도 감정이 가라앉은 것 같아서 앉혀놓고 얘기했습니다.
나:왜 그렇게 화가 났냐?
남편:말하기 싫다.
나:얘기를 해서 풀어야 되지 않느냐?
남편:얘기하다보면 나만 이상한 놈에 나쁜 놈 될 것 같아 얘기하기 싫다.
나:나는 당신이 개에게 복종훈련을 시키고 잘못했을 때 벌을 주고(개집에 가두는 것)하는 건 참견안한다.하지만 때리는 건 아니지 않느냐?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그 땐 어떡하려고 하느냐?
다르다고 생각하겠지만 같다.개는 사람말 못알아들으니 그렇다고 쳐도 2~3살의 아이들 엄마아빠 말 다 알아듣고도 소리지르고 울고 떼쓰고 부모 때리고 깨문다.
그때에도 당신은 화난다고 감정적으로 애를 때릴 거냐?
남편:그거와 이건 다른 문제다.
나:다른 문제 아니다.근본적으로 같은 문제이다.
당신은 세게 때렸다 생각안해도 맞는 상대는 아프다.
나랑 장난치다가 살짝 쳐도 아픈데 아프라고 쟤를 때리는데 저 조금한 놈에게는 위협적이다.
남편:그것봐라.이래서 말하기 싫다.결국에는 나만 조그만 개 때리는 이상한 놈 된다.
나:어떡하면 좋겠냐?다시 친정으로 보낼까?
남편:니 마음대로 해라.
나:당신이 데리고 온거니 당신이 결정해라.보낼까?
남편:그래 보내버려.
바로 그 자리에서 친정에 전화했고 보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서로 냉전 상태입니다.
남편도 저에게 강아지가 어떤 존재인지는 잘알고 있습니다.
엉망인 집안환경 속에서도 바깥으로 돌지 않고 집학교만 다니게 해준 존재이기도 하고
집이 가난해서 실업계갔는데 그 때에도 질 나쁜 아이들하고 안어울리고 삐뚫어지지 않은 것도
취업해서 처음 돈을 만졌을때 엉뚱한짓 안하고 다니고 산것도
삼남매중에 둘째라서 부모한테 온전히 사랑못받고 자랐는데 그나마 강아지를 통해서 부족한 사랑이 채워진것도 다알고 있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