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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마켓 창고에는 바보가 산다.1-김치와 이별.

김홍렬 |2012.08.17 04:46
조회 406 |추천 2
2012년의 어느날.
나는 군대에서 전역하고 학교를 휴학했다.
-우와- 군대가 엄청 빡셋어서,  빈둥대며 지내는 거, 전혀 지루하지않아...!!    짱인데 이거?
라고 스스로 놀라워하며 지내다가,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았다. 영국의 브리스톨이라는 지역에서 이모할머니가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거기서 지내면서 어학원을 다녀보는게 어떻냐는 제안이었다.

-어? 그러죠 뭐.


그렇게 시작되었다.
20120811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항


@ 면세점에서 이 노트를 샀다. 무지막지하게도 8000원이나 하는 가격이다.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정말 비싸다니까 공항은.. 공항 내 파리바게트를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7500원짜리 샌드위치라니?!
-뭐..무슨 자신감인거야 이 녀석.
이름을 들여다 보았다. '햄치즈샌드위치' 이름 그대로 햄과 치즈만 들어있다.
-정직하구나 이거.
방금 산 노트, 정말 싼 편일지도 몰라..



@결국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먹은 것은 라면이었는데, 이것도 제일 싼 종류가 이상하도록 매운(틈새라면..이었다.) 라면이어서, 괜히 약이 올랐다. '안 맵게 먹고싶으면 돈 더 내서 다른거 사먹어보랑께' 인 거야? 무튼, 뱃속을 화끈하게 뎁히고, 나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런던 출발 한 시간 전,혹시나 비행기를 놓칠까 봐 일찍 왔더니, 이것저것 구경하고 노트도 사고 라면도 먹었는데 한 시간이나 남았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노트는 필수.특히 여행을 간다거나, 새로운 환경에 맞닿을 때 더욱 그렇다. 머리속에 들어오는 새로은 정보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거다. 그리고 읽을 때 마다, 그때 했던 그 생각들이 다시 생생히 떠오르는것 이상으로, 그 당시의 상황, 장소, 마음으로 돌아가서---- 그당시 느꼈던 바람의 감촉이나, 아름다웠던 모든 것들, 깨달았던 모든것들을- 읽고있는 그 순간에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거다.
-여행에 남는 게 사진밖에 없다는건, 잘 모르는 소리야!
추억을 되새기는데에는, (물론 사진이 곁들여진다면 더욱 좋겠지만)글이 제일 좋다고 나는 믿는다.


@몇 주 전에,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갔었는데.(공모전에서 우승해서, 고맙게도 상금으로 다녀왔다.) 그때 거쳤던 출입국 수속..면세점. 공항지하철 등등을 다시 만났다. 이번엔 나 혼자서. 평소에는 원해도 만날 수 없는 공간들인데 짧은 기간 안에 두 번째로 보게 되니, 설레이는 기분이 적다.
매일 이 공간을 거니는 스튜어디스들에게는 이 면세점 길목은 직장 내 통로 같은 느낌이려나.

- 여행에 익숙해져 버리면 그 설레였던 모든 것들이 일상이 된다.
  그래도 그 때는, 일상이었던 것들이 마치 여행처럼      달콤하고 두근거릴 테니까 괜찮아.

  집 구석의 싸구려 나무 공룡뼈 조각장식이나, 온도 조절이 안 되서 뭐든 홀랑 태워버리는 오븐, 맨날 응가만 누는 우리 강아지들. 그런 모든 것들이..



-14:00 홍콩 공항에서 비행기를 또 기다리며


@홍콩 공항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지길래 사람들과 연락을 좀 했다. 마치 군 입대하는거마냥 작별인사한지 4시간 만에... 왠지 웃긴 상황이 되어버리므로, 이제는 일부로 연락을 조금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진짜 어딘가로 떠난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게. 여튼 편리함은 항상, 우리가 각별하게 느꼈던 모든 것들을 무뎌지게 만드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가 되는 거 같다.

@홍콩에는 비가 내린다.




20120812 
아주아주 늦은 밤, 런던 sutten 역 근처의 삼촌 집.

@늦은 밤이 되어서야 삼촌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무려 3개의 가방과 1개의 캐리어를 짊어지고, googlemaps가 알려 준 방법대로 버스를 타고, 환승을 하고... 마침내 삼촌 동네의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밤은 늦었고, 날씨가 꽤나 춥다. 오늘은 토요일 밤이라서,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진짜 무서운 문신을 한 여자들, 피어싱 한 흑형들, 양손에 술병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니는 무리들...

그리고 짐에 쌓여서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는 나.
-아 왠지, 이곳 사람들 무섭잖아.. 내 짐 훔쳐갈 거 같아..

살짝 걱정하면서, 삼촌 기다리기. 때마침 저기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어둡고 추운 오지에서, 혈연이 마중나와준다는게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작고 예쁜 삼촌네 집에 도착. 내 어깨를 짓누르던 40kg의 짐들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워 질 수 있었다.
사실 브리스톨이라는 지역 가기 전에
런던을 구경할수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던 나였지만,
내 착한 짐들이 나의 잡생각을 없애주었다.


-으와아 올림픽이고 나발이고 포올 어슬립 해야겠다

나는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였고
-..........
흐...흐흐흙...
흐...흐흑...내친구 김치가 보고싶어...흑...흐흐ㅡ흐흑
김치...삼양라면....흫흐흘흙  흑ㅎ흫흑 찹쌀호떡..흐흐흙흑
된장찌개야....흐흐흐흐흑ㄲ 맥도날드야...흑ㅎㅎ흐




맥도날드는 빼고



흙..흐흐흐흙흑...흐흙...보고싶을꺼야.....김치와 그 무리들아...
영ㅇㅇ국사람들은 아마 치즈랑 빵만 먹을꺼니까 흙ㄱ흑...



그렇게 눈물과함께 첫날 밤이 지났고
삼촌집에서
나는 다음날 아침으로 된장찌개와 김치를 먹었다.
 

 

 

 

 

 


1-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사진을찍고 싶었으나 혼자라서 찍어줄 사람이 없었다. 그때 때마침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다 나갔고
이때닷! 하나 둘 셋!


2-공항에서 먹었던 틈새라면...킇ㅎ흘ㄹㄹ흐르흙  흙 매워서 우는게 아냐.... 고국에 두고온 친구들이 그리워서 우는거다 킇ㄹㄹ흙ㄱ





 



3-엄청난 악필인데다가 외국의 괴상한 전화번호와 주소가 합쳐서 외계문자를 만들어냈다.
이걸 보고 집을 찾아가다니 나도 참 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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