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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마켓 창고에는 바보가 산다.3- 보금자리 만들기

김홍렬 |2012.08.22 05:15
조회 223 |추천 1
 20120812 16:10 
브리스톨 할머니 가게를 찾아 가는 길.




우여곡절 끝에 버스는 브리스톨에 도착했다.
버스 창 밖 너머로 본 브리스톨의 전경은, 
아기자기한 이층 하우스들이 비슷한 높이의 나무들 사이사이에 끝없이 이어져 있고,  빛 바래고 푸른 이끼로 덮인 옛 성당들이나 브릿지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그야말로 컨츄리한 느낌의 마을.

그러나  버스 터미널 쪽은 번화가로, 백화점과 브랜드 상점들이 꽤나 밀집해 있다.
나는 할머니가 운영한다는 가게를, 나의 영원한 내비게이션 구글맵스에서 찍어둔 사진과 함께
찾아나섰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완전 개성넘치는 가게들이 쭈욱 이어진다.
1층은 카페,샵,수리점,등등으로 운영을 하고 2층은 누군가의 주거지로 이용되는,
전형적인 유럽스러운 느낌의 건물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카페에서 한적한 일요일을 보내는
영국 사람들 사이를 40kg 짐들과 함께 지나갔다.
구글맵스와 함께라면....! 
이라는 자신감에 거침없이 걸음을 옮기던 나였으나,
점차 미궁스러운 길목들로 빠져들자 헤매기 시작.
명색이 건축과인데, 이래도 되는 걸까...
  -좁은 길목 사이사이로, 가게 벽 사이사이로 그래피티가 진창 칠해져 있다.
유머러스한 그림부터, 글자, 귀여운 그림,하드코어한 그림까지
세상이 온통 도화지마냥 칠해져있다.
나중에 안 거지만, 브리스톨은 그래피티로 무척이나 유명한 도시였다.



-드디어 가게 도착! 40분을 내리 걷는 바람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행군한 기분같음

-짐을 내려놓고 주변 정찰을 시작, 내일부터 다닐 학교는 45분정도를 내리 걸어야 나오는 위치에
있었다.  앞으로의 6개월을 위해 중고 가전거를 꼭 사고 말겠다고 다짐한 나.

-내가 지내는 곳은 할머니 마켓 뒤편의 창고 비스무리한 장소였다.
쇼파 두개와, 식탁, 싱크대,(물이 나오는 호스가 멀리 떨어져있어서, 받아서 바가지로 퍼 써야 함.)
그리고,,낡은 옷장과 서랍 ,부르스타, 그리고, 쌀포대기들과, 라면 박스와..알새우칩 박스 등등등



창고는 대략 10x 10m 정도로 넒은데,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기때문에 휑~ 하다.
10분정도 창고를 둘러 보다가-
여기서 안락하게 지내려면 대대적으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다란 호스 설치하기(바로 싱크대로 물을 틀을 수 있도록)
-청소하기
-창고 효율적으로 가구 배치하기.
-화장실..고치기(변기 물이 내려가지가 않으므로 물을 받아서 바가지로 흘러넣어야 함)
-공부할 책상 만들기
-빨랫줄이나 걸이대 만들기
-와이파이

-할머니 여기 와이파이 되요?
-와이파이가 뭐여 여기는 호떡만 팔응께
?!?!! 응??

안돼! 와이파이가 앙대면
친구들과의 카톡도 블로그도 페이스북도 모두 안녕인가...?!
와..완전 세상과 단절되어서 
일요일 아침마다 배달되는 한인신문을 받아 보고나서야 김정일이 죽었다는 사실을 안다던지
창고에 쌓인 육개장라면 박스를 책상삼아 만년필로 일기를 쓴다던지 하는 삶을..




패닉에 빠져있는 나는 핸드폰을 켜 보았고,
(harvest -bristol)이라는 신호가 잡히는 걸 알았는데,
찾아보니 옆 가게 이름이 harvest 였다. 
그러니까, 옆가게에서 와이파이를 켜 놓고 있다는 거다.(물론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
내 6개월을 문맹인으로 살지 않도록, 내일 옆 가게를 찾아가 부탁을 드려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창고살이 1일째 , 새로운 미션들이 잔뜩 등록된 상태.





-그런데, 할머니 혼자 이 삭막한 곳에서 8년을 일해 오셨다고 한다.

1주일에 4일을 이 창고에서 혼자 주무신다고 한다.

일을 다 마치고, 텅텅빈 이 창고에 혼자서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밤이 되면 그저 고요한 이 곳.


-할머니와 요리했다.
이래뵈도 한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몸이다. 꽁치조림을 했는데, 물엿을 조금 넣으려다 혼 났다.
?!?! 어째서!
-그 달달한걸 왜 넣고 그려,
라고 말하시면서 간장을 더 넣으신다.
아무래도 할머니는 간장파인듯 하다.

-밤이 어두워져 오고, 이곳에서는 정말, 할 게 없다.
스피커라도 한 개 구해봐야지, 노래라도 듣게.





혼자 망상하다가 잠들었다.

 

꿈에서 둔촌동을 산책했다.

 

 

할머니네 가게를 찾아 가는 길. 그래피티가 엄청나게 쌓여있는 거리였는데 어째 이 사진에서는


평범한 부분만 찍혔다..

 

 

 

드디어 도착한 할머니 가게에서는 각종 냉동과 호떡믹스 양파링등 한국스러운 음식이 가득했다.


가장 잘 나가는 건..똠얌 소스라고 했다. (태국의 스프)

 

 

 

호스가 짧기 때문에 이 플라스틱 통에다가 물을 받은 뒤 바가지로 퍼서 써야한다.


설거지도 그렇게, 머리 감기도 그렇게 해결야해 한다..


맙소사!!

 

 

 

쇼파와.. 컵라면 박스들.  할머니가 컵라면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이라 그냥 먹으라고 했다.


아마 별 탈은 없을 듯 하다.


 

 

 

 

저녁으로 먹은 요리는 꽁치와...양파와.. 두부가 들어간 조림.


맛은 나쁘지않다. 그러고보니 영국에 온 뒤로 한번도 영국스타일 식사를 한 적이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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