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 미스터리 박물관
(http://cafe.naver.com/mysterymuseum)
작성자 angel_entity
결전의 날-
저녁을 적당히 먹어 기운을 보충하고
밖을 내다보니
그는 아예 우리집 마당에 웅크리고 있었다
요 며칠 꿈자리가 뒤숭숭한 건 이 때문이었군,
창밖을 바라보며 진언을 외웠다
양복 신사의 형상이 스르르 힘없이 녹아내리더니
짐승의 형체가 드러났다
'그랬구나, 어쩐지 행동이 기이했다, 짐승이었구나'
다시 한 번 진언을 외우려 기를 모을 때
그것이 홱 돌아본 연유로
눈이 마주쳤다
'앗, 스승님은 절대로 눈을 마주치지 말라 하셨는데!'
어찌해 볼 겨를도 없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섬광같은 움직임으로
그것이 나에게 날아와 달라붙었다
엄청난 곳을 경험한 놈 답게
냄새가 지독했다
놈은 혀를 낼름거리며
연신 내 얼굴을 핥아댔다
엄청나게 꼬리를 치고 있었다
- 야... 야...... 야 너 이 똥개 새끼야!
나 또한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이제야 스승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죽은지 벌써 몇 달이나 된 우리집 똥개 녀석이
아직도 내 주변에 머물다가
자기 보호 본능을 발동하여
사람의 형상을 하고 돌아다닌 것이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있어야 할 곳이 유별한데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내 눈을 마주쳐버렸으니
이제 이 놈이 어떻게 다시 떠날 수 있을까
나와는 불알 친구보다 각별한 놈이었다
- 똥개 새끼 너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 역시 녀석을 놓을 수가 없었다
녀석은 나에게 붙은 첫번째 귀신이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