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책상 앞에 앉아 있어요.
음악이 허공에 가득해 말풍선 하나 생기지 않도록.
방 모서리에 쭈그려 앉아도 음악 소리는 같은 크기로 들리겠죠.
나는 당신에게 어디까지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이제 날 것의 마음을 나열할거에요.
읽지 않고 태워도 좋아요.
그래도 이 편지를 읽어주신다면
나는 당신에게 조금 구체적인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조금 더 날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되지 않을까요.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내가 어머니의 구원을 모두 빼앗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언젠가 재발해서 죽지 않을까? 내일은 죽겠지 라는 마음이
이제는 내일도 나는 살고 있겠다는 마음으로 변했을 때
막연한 마음에 투정이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최근에 어머니가 갑상선 암으로 투병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내가 어머니의 구원을 모두 빼앗고 살아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나는 어머니의 몸을 빌려 태어난 사람
자녀는 어떤 의미로 채무자의 다른 이름인 것 같은데.
어머니가 도대체 왜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채무자로 지내시는걸까요.
어머니는 언제까지 어머니일까요.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보호자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던 어머니
일 년에 한 번 카톡 하는 동생과 오랜만에 살아있나 카톡하다
수술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다그치니 그제 서야 갑상선 암이라 말하던 어머니.
백혈병인 것 같다고 군의관이
이야기 해줬을 때 보다 더 공포였어요.
그 때는 왜 인지 몰랐지만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니까요.
태어나 처음으로 엄청 울었던 것 같아요
모르지만 아마 태어났던 순간보다 더 울지 않았을까 싶었다니까요.
내 몸이 울음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어요. 아니
몸이 울음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고
내 자취방이 울음만 존재하는 것 같았어요.
가끔 당신이 내가 긍정적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기분이 좋다가도 죄의식을 느끼던 이유
진짜 투병은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는 것
어머니의 목에 찬 피 주머니를 보면서 계속 중얼 거렸습니다.
나는 투병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짜 투병,
내가 아픈 것도 어머니가 아픈 거고
어머니가 아픈 것도 어머니가 아픈 거라니.
어머니는 내게 구원입니다.
어머니는 왜 구원이기만 합니까.
전절제 수술을 하셨지만 다행히 결과가 좋아
방사선 치료까진 안하셨네요. 그래도
일을 할 몸이 아닌데
자꾸만 몸이 옛날 같지 않다면서
자꾸만 일을 하는 어머니
언젠가 재발해서 죽지 않을까? 내일은 죽겠지 라는 마음이
이제는 내일도 나는 살고 있겠다는 마음으로 변했는데도
나는 자꾸만 살게 되었는데 아직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는 왜 구원이기만 합니까
어머니가 받을 구원도 왜 내게 다 줍니까.
요즘 어머니가 못 드셔보신 음식을 같이 먹으러 다닙니다.
내가 회유를 해서 들으시는 것은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는 것 밖에 없네요.
같이 못해본 것들을 더 자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네요.
좋아진 어머니를 볼 때 마다 좋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동공 속 한 없이 병약한 내게
절망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당신에게 가까워지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내가 내게 구체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아픈 것보다 내 옆에서 더 아팠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당신이 내게 주신 응원이 너무나 큰 죄의식이었습니다.
이 죄의식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이렇게 편지를 쓰네요.
다음 편지는 어떤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제 조금 더 일상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겠죠.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답장을 주신다면 답장을 읽는 동안은 당신만을 생각하며
응원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행복해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