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20년되었어요. 그저께 남편이 친구들 만난다고 늦는다고 하더니 술을 엄청 마시고 새벽 4시에 들어왔어요. 평소에는 늦게 들어와도 안깨고 자는데 그날따라 남편 전화에 메세지가 오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자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새벽에 일어나서 메세지를 확인해 봤어요.
"오빠 잘 들어갔어?"
보낸 사람이 "뱅뱅 수아" 라고 되어 있고 연락처에 뱅뱅 현아라는 여자도 있더라구요.
애들 학교 갈때까지 참으려고 했는데 큰 애 나가자 마자 (둘째는 등교가 더 늦어요) 막 흔들어 깨웠어요. 어제 누구랑 마셨냐고 했더니 친구 이름둘을 대더라구요. 그래서 똑바로 말하라고 그 메세지를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여자 나오는 술집에 갔었대요.
그동안 그 친구의 부인 (저랑도 오래전부터 굉장히 친한 사이에요. 남편들 인연으로 알게 되었지만 오히려 남자들 사이보다 저희들이 더 친해요)에게 이미 연락했고요.. 그쪽남편이야기도 전해 듣고 해서 상황을 알게 되었고요.
여차저차 해서 남편 은행계좌, 신용카드 계좌 다 털게 되었고 지난 2월부터 한번 가면 10만원에서 35만원까지 다양하게 긁었더라구요.
본인말도 그렇고 (마담이 있고 아가씨 서너명이 돌아가면서 술친구 해주는 빠라고요) 직장생활오래한 친구들 말로도 그 정도면 룸싸롱이나 본격적으로 여자들이 접대하는 술집은 아니고 그냥 앉아서 술친구해주는 빠일거래요. 양주 한병 시키면 30-40정도 한대요. 맞나요?
그 이후로 저는 너무 참담하고 슬퍼요.
저는 남편과 연애+결혼 합해서 30년정도 된 사이에요. 이젠 각자 엄마보다 더 오래 더 가까이 지냈던 사람이고 시어머니보다 제가 남편의 취향, 식성, 습관 이런거 훨씬더 잘 알아요.. 저희가 애 둘을 낳고 사는 동안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고 그런 만큼 뭐랄까... 오랜 세월 동안 지켜온 전우애같은게 있어요. 성관계도 자주 있었고요..
제가 참담한 이유는...1. 저희가 지금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에요. 투자 문제가 얽혀서 갑자기 힘들게 되었고 남편이 적게 버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그 나이 회사원이 받는 정도요) 재작년 남편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거주지를 옮기게 되어 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여러가지 이유로 전 취업이 안되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이라 아이들 구몬이나 이런것도 많이 정리하고 최대한 제가 집에서 봐주고 그러다 보니 제가 시간이 없어서 재취업 준비가 안되는 상황이에요.
2. 몇달 전부터 남편이 정말 저랑 눈도 안마주치려고 하고 제가 식탁에 앉아 있으면 소파에 앉고 제가 소파쪽으로 가면 식탁으로 가고 그런식이었어요. 오죽하면 제가 농담삼아 "바람난거 아냐? 왜 나를 그렇게 피해?" 이랬어요.. 전 취업이 안되어서 너무 속상한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 대꾸도 안해요. 지난 달에는 제가 정말 큰 기대를 하던 곳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마지막까지 가서 탈락했어요. 이메일로 연락이 왔는데 본 순간 너무 속상해서 남편한테 그 이메일을 다시 보냈어요. 그런데.. 그날 밤까지 연락없더라구요... 집에 늦게 들어와서도 말한마디 안하고.. 그래서 제가 그거 떨어진거보다 당신이 나한테 전화한통 없고 위로한마디 없는게 더 큰 상처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자기도 속상해서 할말이 없어서 그랬대요.. 참 핑게없는 무덤 없다더니...
그렇게 저를 피하고 말한마디 안하더니.. 여자랑 이야기하려고 혼자 빠에 다니다니오...
일이 너무 바쁘다며 매일 11시 다되서 들어오던 날이 1년 가까이 되었는데... 원래는 집에서 저녁먹는 타입이었어요.남편말로는 지난 2월부터 직장에서 너무 스트레스가 커서 편하게 술마실 수 있는 그런 바를 찾게 되었대요. 하지만 절대로 터치나 그 이상의 행위는 없었다고 그냥 가서 술마시고 이야기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전 유흥업소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 말이 잘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와이프는 돈아끼려고 샘플만 바른지 오래고 혼자 외출하면 밥도 안사먹고 사먹어도 6천원을 못넘는데 30만원짜리 양주를 턱턱 한달에 몇번씩 마시다니오... 그냥 앉아서 이야기하려고... 남자분들 이 말 믿어지세요?
3. 지금부터는 제가 너무 슬픈 이유에요...
아무튼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모던바 토킹바 이런데는 말만 하고 술만 마시는데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다니는 사람들 후기를 봤는데 그런데는 여자들이 편하게 대해주고 영업 압박이 적어서 가끔은 건강을 위해서 술 적게 마시라고 해주고 그래서 위해주는 기분이 들고 그렇대요. 저녁이 더 이상 외롭지 않대요.
근데요..저도 그런 위로가 필요했어요. 그런 따뜻한 관계가 갖고 싶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피하기만 하더니 밖에 나가서 그런 관계를 돈주고 사고 있었어요.
이제 30년 가까이 된 사이니 당연한 것일까요..남편과의 관계에서 그런 걸 원한 제가 너무 이상한 사람일까요..
전 누군가의 웃음과 위안과 따스함을 돈주고 사볼 생각은 해본적이 없어요. 아마 아줌마들이라면 이런 경험 해보신 분들 있을지 몰라요. 가끔 젊은 남자들이 하는 가게에서 중년 아줌마들에게 누나누나 하면서 지나치게 친절하게 하면서 웃어주고 그러면서 영업하시는 분들이요. 가끔 그런걸 당하면 정말 불쾌하고 "아무도 원하지 않은 퇴물아줌마" 기분 맞춰주고 물건 팔려는거 같아서 정말 싫었어요.
그런데 저도 사실은 마음의 위안 따위는 돈주고 샀어야 되는거였어요.. 아무튼 남편 아닌 다른 곳에서 적당히 얻으며 살았어야 되는거였어요.
직장 다니면서도 남편이 다음날 무슨 와이셔츠가 필요하다 하면 밤잠을 설쳐서라도 빨아서 다려주고 직장에서 짤리면 "까짓거 괜찮아. 내가 먹여살리면 되지"라고 위로해줬고 좋지 않은 형편에도 남편이 본인 커리어를 위해서 월급이 적은 직장으로 옮긴다고 해도 본인이 명예를 원한다면 원하는대로 하라고 응원하고 도와줬어요.
우리는 한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나이가 들고 보니 세상에 살면서 정말 마음 속까지 내 편인 사람은 정말 부모말고는 갖기 힘들고.. 게다가 우리처럼 오래된 '내편'은 돈주고도 못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 정말 남편의 편이었어요. 정말 아무 사심없이 남편이 원하는 일이 잘되길 바래주고 도와줬어요. 제가 원했던건 고맙다 당신이 응원해주고 내조해준덕분이다 그 말이었어요
하지만 남편이 성공하면 할수록 저는 그 남자의 둘째 엄마가 되어가는거 같아요. 정서적인 애정과 친밀감은 밖에서.. 나중엔 육체적인 것도 그럴지 모르죠. 지금당장은 돈이 없으니....저한테는 따뜻한 말은 커녕 일상적인 말도 아까운 사람이 술마시며 "이야기하기 위해서" 큰 돈을 쓰면서 단골바를 만드는게 저에겐 이해하기 힘든 일이에요. 아마 제가 싫어서겠지요.
아, 남편은 무조건 자기가 다 잘못했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한번만 봐달래요. 근데 전 너무 비참하고 슬퍼요. 막말로 잔 것도 아닌데 제가 이러는게 이상한가요.
저 오늘 여기 처음 가입했어요.너무 궁금해서요. 40대 후반에 남편이 여자들이 술따라주는 단골바가 있다고 이렇게 상처받고 슬퍼하는 것은 비정상인가요?다들 이렇게 사나요?
두서없이 너무 긴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