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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기고양이 호박이의 소식 전하러 왔어요

추워지는데... |2018.10.22 02:11
조회 26,673 |추천 239

안녕하세요?
지지난주에 밥 챙겨주던 길고양이가 아기고양이를 데려왔다며 조언을 구하는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우선 늦게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글을 시작하려합니다

처음 글을 작성하고 바로 다음 날 아기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었고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돌아와 아기고양이 살을 좀 찌운 뒤에 찾아뵙겠다는 글을 작성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건강하라고, 앞으로 오래 보자고,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지어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예쁜 호박색의 눈을 가진 아기고양이에게 호박이라는 이름도 그 날 지어줬었어요

그런데 그 다음 날 호박이가 집 앞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놀란 마음에 우선 따뜻하게 해주고 설탕물도 천천히 떠 먹여주었어요 혹시나 기운 차리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 후에 병원에 갔었구요

처음 범백 키트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안심했어요 링겔을 맞고는 스스로 일어나 앉아있는 모습까지 보고 나왔어요

아 다행이다, 기운 차리겠지, 북어도 삶아주고 맛있는 것들 많이 먹여야지 하며 집에 돌아왔는데 두 시간도 채 안 되어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가 된 똥을 시작으로 설사가 심해서 다시 검사해보니 범백이다 그러니 도로 데려가라는 연락이요

병원에 가 보니 호박이가 기운이 전혀 없고 숨도 정말 간신히 희미하게 쉬더라구요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범백 양성이라 전염성도 있고 가망이 없으니 데려가라고 하시더라구요

울면서 그렇게 호박이를 데리고 돌아왔었어요
부모님께서 집 안으로 들이는 걸 허락하지 않으셔서.. 집 앞 공터에 전 날 만들었던 집에 호박이를 뉘이고 핫팩으로 조금이나마 온기를 더해주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의사선생님께서 가망이 없다고 하셨으니 정말 이대로 지켜봐야하는건가 싶으면서도 혹시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 호박이 소식을 전하고 조언을 구하기 위해 급하게 두서 없이 판에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다수의 분들이 강제급여를 하면서 배를 채워주면 범백은 나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전 호박이를 살릴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강제급여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호박이 곁을 지키지 않고 캔을 사러 갔다가 그 사이에 아이가 떠나버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어찌 해야할 지 혼란스러웠어요

ad캔이나 리커버리캔을 급여하는 게 좋다고 말씀들을 해주셔서 빨리 사오려했는데 마트에서 파는 캔이랑은 다른 제품인데다가, 당장 근거리에는 뛰어갔다 올 동물병원이 없어 너무 초조하더라구요

그 때 판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중 한 분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초조해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저를 대신해 제가 사는 지역의 동물병원 중 ad캔을 파는 병원도 알아봐주셨고 얼른 호박이를 그 병원에 데려가 선생님께 아이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 드리고 ad캔도 넉넉히 사오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런데 사실 오전에 다녀온 병원에서도 십만원이 조금 넘게 들었는데요 전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호박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거든요, 하지만 스무살인 저에겐 큰 돈이었던지라 호박이를 다시 병원에 데려갔을 때 들게 될 병원비가 걱정이 되더라구요
당장 호박이를 살리고 싶으면서도 그 와중에 금전적인 부분을 걱정하는 제 자신이 밉고 호박이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그 때 그 분께서 돈을 보내주시겠다면서 그 돈으로 얼른 택시 타고 호박이를 병원에 데려가라고 먼저 말씀을 해주셨어요
참 염치없지만... 급한 마음에 그 분의 도움을 받아서 호박이를 병원에 데려갔어요
범백 진단을 받았던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24시 동물병원으로 갔었구요

가는 내내 차가 많이 막힐 시간이라 걱정했는데 이상하리만큼 차가 막히지 않아 생각보다 빠르게 병원에 갈 수 있었어요 가는 동안 택시 기사님께서 "아가씨 고양이에게 좋은 일이 생기려나보네요 원래 길이 엄청 막힐 시간인데 이렇게 병원 바로 가라고 쭉 뚫리는 거 보면요" 라고 말씀하셨던 게 아직도 생생해요

그래서 더 기대했던 것 같아요.. 가는 내내 호박이와 눈을 맞추면서 호박이에게 괜찮다고, 금방 간다고, 조금만 버텨달라고 그렇게 말했어요

병원에 도착한 뒤, 선생님께서 진료실로 아이를 데리고 오라고 말씀하셨고 전 바로 진료실에 들어가 선생님께 호박이를 보여드리고 설명을 해드렸어요 아기 길고양이인데 아침에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서 오전에 다른 병원에 데려갔었고 링겔도 맞추었는데 갑자기 더 상태가 안 좋아졌고 결국 범백진단을 받았었다구요

선생님께서 호박이를 보시더니 너무 상태가 안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 치료를 해볼 수는 있지만 살 확률은 정말 낮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간신히 참고있던 눈물이 왈칵 터지더라구요

선생님께서는 심장이 반응을 하도록 하는 약물과 함께 생리식염수를 주사기로 투여하시면서 심장 쪽을 계속 손으로 마사지를 하셨어요

한동안 하시다가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구요 더 이상 심장이 뛰지 않는다구요 이미 병원에 도착했을 때 쇼크 상태였다고 하시더라구요
어쩌면 이전에 링겔을 맞았던 게 호박이 몸에는 무리가 되어 쇼크를 유발했을 수도 있다고 하시는데 그 때 정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호박이를 살려보겠다고 그랬던 게 호박이를 더 힘들게 했었구나 싶더라구요
병원 진료대 위에 누워있는 호박이를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호박이의 숨이 완전히 멎은 후 선생님께서는 그제서야 차트를 작성하셨어요
제게 아이의 성별과 이름을 물으셨고 여자 아이이고 호박이라고 이름을 말할 때 참 가슴이 먹먹하더라구요

선생님께서 호박이를 패드에 감싸시다가 아이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겠냐고 하셔서 전 그러겠다고 했고, 호박이의 얼굴과 앞발을 쓰다듬어주고 호박이를 잠시 바라보면서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했어요

인적 드문 풀숲에 땅을 깊게 파고 그곳에 호박이를 묻어주었습니다 호박이를 묻어줄 땐 울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그 때 마저 울어버리면 호박이가 마음 편히 못 갈까봐요 애써 덤덤하게 호박이에게 잘가라고 인사했어요

호박이를 만나기 전의 그동안의 제 생활로 다시 돌아온 후에도 계속 힘들었어요
하루는 꿈을 꿨는데, 꿈 속에서 호박이만한 아기고양이를 만났어요 그 아이도 아픈 아이었구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호박이처럼 제 품에서 떠나버리는 그런 꿈이었어요..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갑자기 문득 호박이를 떠올리고, 나 때문에 호박이가 힘들게 세상을 떠난 것 같아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고, 샤워하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나오기도 하더라구요 그렇게 며칠을 보냈어요

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호박이라는 존재가 제게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밥을 챙겨주던 길고양이 예쁜이와 함께 어느 날 나타난 아기고양이..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작고 말라서 안쓰러우면서도 이 아이가 예쁜이만큼 다 자랐을 땐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도 있었고 .. 그냥 정이 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생명의 무게와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며칠이었습니다
스무살이 되었다고 해서 마냥 어른이 된 건 아니더라구요

항상 생각해오던 거였지만,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동물을 가족으로 들이는 건 절대 하지 말자라고 다시 한 번 더 느꼈어요.
아주 언젠가 제가 동물 친구를 가족으로 들인다면 그 때는 제가 경제적인 능력이 충분한 어른이 되었을 때일거예요 그 전까지는 지금처럼만 예쁜이와 다른 길고양이 아이들을 챙기려고 합니다


호박이를 걱정해주셨던 다른 분들께 얼른 소식을 전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을 추스리느라 이렇게 늦게 소식을 전하게 되었네요 다시 한 번 더 죄송합니다 그리고 호박이에게 관심을 갖고 걱정해주시고 많은 말씀들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아 그리고 범백균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옮게 될까봐 너무 걱정되더라구요 그래서 호박이가 있던 집 뿐만 아니라 호박이와 함께 있던 모든 물건들을 소독한 후 버린 뒤에 집 앞부터 집 근처를 모두 소독했어요

며칠은 계속 비닐장갑을 끼고 예쁜이에게 밥을 줬어요 쓰다듬어주고 싶은데 무섭더라구요 제가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도 괜히 무서워서 거의 일주일은 그렇게 지냈네요 예쁜이가 그래서 조금 삐친 것 같기도 하고 ...


여러 차례에 걸쳐 고양이들이 집 근처에 없을 때 소독하며 며칠을 보냈으니 이제는 괜찮다싶어 어제 오늘은 예쁜이를 쓰다듬어주고 같이 사진도 찍었어요, 흔들렸지만 어제 오늘 찍은 사진 중에서 그나마 잘 나와서 올려봅니다
예쁜이의 최근 사진과 함께 다시 한 번 더 인사드리며 글 마치도록 할게요.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모두 힘내시고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추천수239
반대수2
베플삐삐|2018.10.22 12:01
호박이는 그래도 착한 언니 만나서 마지막 길 혼자서 쓸쓸히 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예요. 님은 최선을 다하셨으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고 말씀하신 것처럼 여력이 되는 선에서 주변의 길고양이들 챙겨주시다가 나중에 여건이 되시면 반려묘를 들이세요. 참 그때도 길고양이들 잊지 마시고요.
베플지혜|2018.10.22 10:08
가슴아프네요 ㅠㅠ 아기고양이 갈때는 님이 곁에 있어줘서 든든했을꺼예요 힘내세요
베플에휴|2018.10.22 17:47
냥이 입양후 가위눌림 사라졌다는 언니에요... 소식 기다렸는데...결국 그렇게 됐군요...울면서 글 읽었어요.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요...저도 반려동물 들이기 전에는 나밖에 모르던 사람이었는데 동물과 함께 지내면서 생명의 소중함도 느끼고 많은걸 배워요. 호박이는 행복해하며 무지개 다리 건넜을겁니다... 자길위해 이렇게 맘써주는 집사가 있었으니까요. 맘 추스리시고 또 길에있는 다른 얘쁜애들도 참견해줘요. 항상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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