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1살 직장인입니다. 여자친구는 스물 여섯 살이에요. 나이차도 조금 나고 여자친구가 워낙 애교가 많은 성격이라 대부분 일을 제가 지며 3년을 사귀어 왔네요.
저는 서른살이 넘도록 모은 돈도 얼마 없고, 원래 집에 빚도 조금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여자친구는 건물이 두개나 있는 집 외동딸입니다. 장인장모님도 잘 버시고요.
나이가 찼지만 그녀에게 청혼하기에는 워낙 염치가 없는 상황이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여자친구가 먼저 말해줬습니다.
장인장모님도 여자친구가 다 설득해서 내년 가을 여자친구 생일에 결혼하는 것으로 얘기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여자친구 본인이 생일에 하고 싶답니다) 장모님께서 극구반대하셨는데 여자친구가 무대뽀로 결혼하겠다고 해서 결국 지셨어요.
처음에는 이런 고집 센 면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사사건건 너무 철이 없고 자기 멋대로라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주변 의견은 절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면 무조건 들이받는 성격이거든요.
또 결혼하고 나면 이제 우리끼리 살림을 해야하는데 여자친구는 살림의 살자도 모릅니다ㅜㅜ
대학시절 방 한칸짜리 방에서 자취할때도 정리정돈을 못하고 마구 어지럽혔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살림돌보미를 불렀대요.
특히 요리에는 손도 안 대려고 하는데,
여자친구와 결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 게 바로 어제입니다..
저희 할매 생신이었어요. 어머니, 아버지 모두 일찍 돌아가시고 할매 혼자서 저와 두 동생을 키우셨습니다. 머리 굵고 가장노릇을 하면서 할매한테 애틋한 마음이 컸죠.
할매는 제 여자친구와 제가 같은 성씨라고 반대를 좀 했습니다.
제가 여자친구한테 제발 뭐라고 하지말라 그래서 얼굴에 대고는 뭐라고 하지 않으셨지만 그닥 반기지는 않으셨어요. 노인이라서 이해해달라고 여자친구에게 양해는 구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저에게는 애교가 많은데, 할매에게 살갑게 굴어주지는 않더라고요.
아무튼 둘이 데면데면한 게 싫어서 이번 생일 때 여자친구에게 손수 생일상을 차려보는 게 어떻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싫답니다.
처음에는 또 투정부리나 싶어서 달래고 얼러봐도 단호하게 싫다네요.
자기는 집에서도 요리 안해봤다고, 요리하다가 다치면 어떡할거냐고. 순간 머리가 띵했습니다.
철 없는 거 알았지만 저에게는 정말 땡깡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여자친구에게만 시킬 거 아니고, 저도 같이 돕겠다고 했습니다.
요리에 큰 자신은 없지만 자취하면서 저도 해먹어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미역국 끓이고 갈비 좀 굽는 거 어려운거 아니잖아요.
그런데 무슨 죽을 짓 시키는 것 마냥 거부하는 겁니다.
저도 순간 화나서 이렇게 해서 나랑 결혼생활 어떻게 하냐고 언성을 좀 높였습니다. 살림엔 손도 안대려고 하고, 할매랑도 계속 이렇게 정없게 지낼거냐고.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싹 정색하면서, 그럼 열심히 해보겠다고. 열심히 하는데 요리하다가 자기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우리 깨지는 줄 알라고 그러네요.
참 말문이 턱 막히더군요. 화도 많이 났지만 일단 참고, 알겠다고 내가 미안하다고 여자친구를 달래놨습니다.
결국 할매에게는 사온 음식을 잡수시게 했고요. 착잡한 마음이 큽니다.
이깟 문제로 여자친구 놓치긴 싫고, 그렇다고 해서 평생 이렇게 지고 살 수 있을 지도 걱정입니다.. 이런 여자친구와 결혼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