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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너무 갑작스러운 어른이 되버렸어요

|2020.12.20 04:37
조회 11,093 |추천 36

안녕하세요 이제 곧 20살 어른이 될 고3이에요. 평생 이런적 없는데 이번만큼은 도저히 스스로 답을 찾지 못 할 거 같아서 글 올려봐요
저 19년동안 나름 다사다난한 삶 살면서 진짜 노력했거든요 후회도 없어요. 다시 돌아간다해도 그때의 나는 그게 최선인걸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잘 이겨냈어요.

그런데 수능 최저를 한과목 못맞춰서 의대를 못가게됐어요. 국립 공대 높은과 하나 붙었어요. 반수 계획중이에요.

제가 하고싶던건 it회사나 공학계열이었지만 의대 선택했어요. 안정적으로 잘 벌 수 있으니까. 또 고등학교때 공부 죽을만큼 하고도 더 좋은환경에서 더 해보고 싶은 욕심때문에 제가 돈 모아서 재수학원에 들어가려했어요. 반수로요 이번에 반수 하면 정말 붙을 자신도 있구요. 이미 제 인생 계획은 다 세웠거든요.

근데 저 너무 갑자기 어른이 됬어요. 강제로 되버린거 같아요.

금전적인 상황 안좋다는거 알고 있었고 5개월동안 돈 모아서 부모님 돈이랑 합쳐서 공부 하겠다는 계획 다 있거든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요. 알바찾으면서 수십통씩 하는 전화에 돌아오는 날카로운 답변들, 언제나 갑인 사장님과 손님들 항상 을인 나.
머리로는 알거든요. 아 이게 사회생활인가? 이제 내가 적응해야겠지? 다들 이렇게 살고 돈버는거지 뭐.
근데 너무 버거워요. 내가 아는 어른들은 분명 나한테 이렇게 대하지 않았는데 나는 분명 이렇게 비굴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이런 소리 들을 사람 아닌데..
일이 라는게 잘한다고 다가 아니더라고요. 비위도 맞춰야하고 이것저것 많이 다르더라고요 공부랑은..

친구들은 제가 멋있대요 닮고싶대요. 저는 걔네한테 나 돈없어서 이런취급받으며 꾸역꾸역 일하고 돈번다 너무 힘들다 이런얘기 못해요. 부모님 안그래도 저말고 키워야될 동생들 두명이나 있는데 저까지 나서서 슬프게 하고싶지 않아요. 괜히 알바 몇개 하고있다 이런얘기도 못하겠어요. 보무님의 잡념 속의 고민이 더 하나 늘까봐. 그래서 말못해요. 말못하니까 친구들은 연락안한다고 서운해하고 부모님은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냐고 제발 이제 어른이 됬으면 자기들의 입장을 알아달래요.. 내가 얼마나 알아주고 있는데. 부담될까 고등학교 내내 수학학원만 다니고도 독기품고 공부해서 1등했는데 슬플까봐 알바 한단 얘기도 못꺼내는데 나혼자 얼마나 힘든데

근데 더 힘든게 뭔지 아세요? 아무도 몰라주는 상황들은 익숙해요. 근데 자꾸 제가 달라져요. 저 그래도 발랄한 사람이였거든요? 당돌한 사람이였고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어요. 감정표현도 확실하고 모든게 다 확신에 넘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싶었고 스스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은 슬픈일이 있어도 화나는 일이있어도 그냥 체념해요. 내안의 어두운 감정들이 축적되서 이미 내 피부들에 다 들러붙어있는 것 같아요. 떼낼수가 없어. 내가 점점 작아져요. 이러다 내가 없어질까 무서우면서도 점점 나를 잊는 내가 편해져요. 나를 잊고 있을수 있는 세계들이 너무 좋아져요. 3주 일하고 이렇게 많은게 변해버린 내가 너무 한심하고 무서운데 나혼자 너무 어른이 되어버린 거 같아서 더 무섭고 억울하고 그래요. 나도 용돈 받고 친구들이랑 마음편하게 놀고 싶다.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행복한 내일을 상상하며 눕고 싶다. 돈 생각하기 싫다 돈 그놈의 돈 돈 돈

잠들기 전 맴도는 잡념들이 또 나를 무겁게 누를까봐 드라마를 틀어놓고 계속 보다가 계속 보다가 계속해서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어야 되요. 그래야지 지금처럼 이런 글을 안쓰니까. 이런거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되니까.

답 없는 거 대충 알겠어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익숙해 질꺼고 돈 모을꺼고 그러면 반수 할 수 있을 거고 계획대로 행복해 질 수 있겠죠.

근데 지금은 왜 이렇게 힘들까요.. 오늘 눈을 감으면 내일 아침이 영영 오지 않아도 괜찮을 거 같아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이런글 보시는 분들한텐 답도 없고 기분만 안좋아지실텐데 괜히 제 감정을 쏟아낸거 같아서 너무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추천수36
반대수6
베플ㅇㅇ|2020.12.21 11:01
사실 20살이면 한국 사회에서 너무 어리고 아직 어른이라고 할 수도 없죠. 서른 넘어도 고달픈게 돈벌이고 사회생활인데.. 대학까지 나와야 가질 수 있는 직업을 원한다면, 대학생 졸업 전까지는 아직 학생이자 어른의 경계에 있다고 봅니다.. 3주밖에 안됐지만 이렇게 고달픈거, 글쓴이가 약한거 아니에요. 지금 충분히 이 악물고 정말 잘 하고 있어요. 기댈 곳이 없어 힘든 그 마음도 얼마나 아플지, 집안환경에 대한 불만 없이 자기 길 가는 모습이 얼마나 대단한지, 글만 봐도 느껴져요.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순 없지만 글쓴이가 정말 똑똑하게 자기 길 개척하고 씩씩하게 해나가면서 꼭 꿈을 이루길 바라요. 벌써 자기 인생계획 세우고 실천하는거,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거 아니거든요. 그렇게 자기 인생 고민하고, 자기 길 찾은 것만 해도 정말 글쓴이가 영리하고, 용기있고, 대단한거에요. 서른을 바라보는 저도 부럽고 멋지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절대 용기 잃지마요. 부모님한테 많이 서운하겠지만 그분들도 자식 세명 먹여살린다는 중압감이 너무 커서, 똑똑하고 든든한 첫째한테 부모지만 의지하게 된거라고 생각해요. 서운하고 미워도... 첫째인게 서글퍼도, 그래도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라면...절대 자기 꿈 포기 안하고, 더 멋진 어른이 될거라고 믿어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꼭 어렸을때 제가 느꼈던 슬픔이 느껴져서요. 지나고 보면, 내가 자리잡고 나면, 그리고 부모님이 약해지신 모습 보면.. 꿋꿋하게 살아온게 절대 후회되지 않을 겁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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