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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제 다이어리를 봤습니다.

내가나쁜가 |2021.11.22 15:59
조회 5,504 |추천 1
결혼한지 10년정도 되었어요. 애2명 있고, 맞벌이에 적당한 수입에 집있고 차2대있고 빚도 없고 전형적인 중산층(?)이에요.남편이랑 금슬도 좋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기록하는걸 좋아해서편지, 일기 전부 모아놓거든요.그렇다고 일기를 매일 쓴 건 아니고 그냥 힘들 때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쓰는 버릇이 있어요.
그걸 결혼할 때도 갖고 와서커다란 박스에 넣어남편 책상 밑에 보관해놨었습니다. 무려 10년이나.
부동산재테크 하느라 이사를 자주 했는데그때마다 당연하다는 듯이 제 상자는 남편책상 밑에였어요.
상자가 좀 커서 놔둘데도 없고, 그렇다고 추억을 창고에 처박아놓기는 싫었거든요.
남편은 은근히 거슬리니까 딴데 좀 놔두라고 이야기했는데그때마다 거기밖에 놔둘대가 없으니 좀 참아달라고 말했습니다.그러면 항상
남편: ``니 그렇게 소중한 추억들 내가 봐버린다~ 니 옛남자 찾아버리는 수가 있어``본인: ``봐도 된다. 벌써 다치워서 없거든 ㅎㅎ``
라고 말하며 대화가 마무리되곤 했죠.
그런데 몇주전 어느 날 남편이 상자 안에 봐도 되냐는거에요.그동안 하던 게임도 질리고 유튜브도 볼게 없고 무료했나봐요.
그래서 볼거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보라고나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면 안되니 볼거면 꼼꼼하게 봐야 나란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했죠.
사실 옛 남친들 사진이나 기록들은 헤어질 때 다 없애버려서 자신있었거든요.그리고 솔직히 설마 다보겠어? 란 마음도 있었죠.아무리 쓰다말다해도 10년치 기록이면 양이 상당하니깐요.
그런데 다음 날!제가 남편을 과소평가했었나봐요.
뒤죽박죽 섞여있던 다이어리를 연도별로 분류해놓고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더군요.그리고 자꾸 저를 보면서 흐뭇한 눈길?, 야릇한 눈길?, 애처로운 눈길? 여튼 그런 느낌으로 보네요.
그러고나서 자꾸 애정표현하고 스킨쉽이 많아졌어요.원래부터 애정표현을 하는 편이긴 했는데 갑자기 신혼 때처럼 빈도가 잦아지네요.
그래서 대체 뭘 봤길래 그러는가 싶어서그저께 같이 술먹으면서넌지시 떠보니까
제 정보를 너무 많이 아는거에요.전 남친이 4명이 있었다.첫 남친은 장거리연애라는 둥 사귄지 2달도 안되어 깨진거라든지둘째남친은 또 어떻고저떻고..............
어떻게 알아낸건지 물어보니.
아차...... 전 남친에 대한 기록은 다 없앴는데일상생활 중에 별생각없이 쓴 글에 전 남친들이 까메오처럼 잠깐잠깐 등장하는건 미처 생각을 못했던거에요.
여튼그런식으로 제가 여기저기 흘려놓은 문장의 파편들을 조합해서 제 과거를 다 유추해낸거에요.
그게 어느정도냐면2002년 일기에서첫사랑에게 8월 18일에 고백받았다는 내용과
몇년 뒤에 쓴 일기에친구와 대화내용을 쓴거에서``보름달이 밝은 밤 조악한 시트 위의 붉은피가 그 남자에게 바쳐진거 내 운명인가``
이걸 조합해서제가 처녀성을 잃은 날을 정확하게 알아낸거에요.
술먹던 중에 급멘붕이 와서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음력으로 계산했을 때 보름이 금요일인데 하루나 이틀정도는 어차피 보름달로 보이므로주5일제가 없던 시절이므로 토요일이라는거래요.
와...........이 남자 머리가 좋은 편인건 알고 있었는데...이건...ㄷㄷ
이런 식으로 제 과거를 다 유추해버리니깜짝 놀랐네요.
그렇다고 남편이 저를 책망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오히려 너무 귀엽다고 물고빨고 매일 애정공세를 펼치는데(남편이 살짝 변태기질은 있는건 맞아요)
저는 왜인지 자꾸 남편 얼굴 볼 때마다 죄책감이라고 해야하나..뭔진 모르겠는데 볼 면목이 없다고 해야하나..근데 또 설레이는 느낌도 난다 해야하나....참 그렇네요.
제 자랑은 아니지만남편이 전 남친한테서 가로채다싶이해서 연애하고 결혼해서저를 굉장히 좋아하는건 맞아요.
저는 집이 가난한 편이었는데남편 집이 잘사는 편이라서 결혼하고 금세 안정적으로 생활하고정말 행복하긴 합니다.
구구절절 쓰기는 했는데 딱히 조언을 구하는게 아니게 되었네요.그냥 그렇다고요. 
추천수1
반대수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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