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데 아내가 여기다 물어보라고 해서 질문드려봅니다...
안녕하세요. 만난 지 8년 됐고 결혼한 지는 7년 된 34살 남편/ 35살 아내입니다. 이제 만으로 네 살 된 딸이 하나 있고요, 저 혼자 외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육퇴(육아퇴근)라는 이름으로 매일 평균 두 시간씩 집을 나갑니다. 짧으면 1시간으로 끝날 때도 있고, 보통 두 시간 정도 나갔다 오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역대급으로 길었네요. 아침에 아이 유치원 데려다주고 나서 2시간 좀 넘게 다녀오고, 밤에 아이 재우고 나서 1시간 좀 넘게 다녀왔으니까요.
보나마나 바람피는 거라고 하시는 분들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은 게, 찌들어서 샤워도 화장도 안 하고 나가는 데다가, 나갔다 와서 오자마자 샤워나 빨래하는 모습도 없고요. 나가서 돈 쓰고 오는 것도 없고, 중간에 용건 있어서 전화하면 항상 받고, 아이가 끼어들거나 해서 전화가 길어져도 길게 통화하는 거 짜증 안 냅니다. 지금은 덜하지만 아기 어렸을 땐 엄마 보고 싶다고 너무 심하게 울면 바로 끊고 돌아와서 아기 보기도 했었고요.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필요할까봐 구글 지도 위치추적이 서로 항상 되는데, 언제 봐도 같은 자리입니다. 동네 스타벅스. 그냥 진짜 스타벅스 가서 아아 하나 시켜놓고 앉아서 유튜브 보고 휴대폰 게임 두 시간 하다 오는 겁니다. 집에 안방과 별도로 아내가 마음대로 꾸며 쓰라고 만들어 준 아내 방이 있는데도요.
처음에는 사람마다 휴식의 형태가 다를 수 있고 아이 때문에 힘드니까 그럴 수 있겠거니 하고 생각을 했는데,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이해가 안 가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계속 집에 있을 때 하루 24시간 아이와 있을 때야 당연히 집 밖으로 나가 있는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이해를 했는데,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데도 매일 두 시간씩 집을 나가더라고요.
주중 아내 일과를 설명해 보자면, 아침에 아이 유치원 보내고 나면 한두시간 정도 밖에서 혼자 시간 보내다 들어오거나 아니면 바로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요. 그렇게 강아지 쓰다듬으면서 유튜브 보다 잠들고, 배고프면 일어나서 만두 쪄먹다가 다시 눕고요. 제가 재택근무하면서 낮에 집안일 하는 모습 본 건 정말 지난 1년 동안 과장 안 보태고 세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네요. 그러다 잠들었다가 아이 유치원 데리러 갈 시간 되면 부스스 일어나서 아이 데려오고요. 그러고 집에 오면 구몬 학습지 하고 저녁 해서 다같이 먹는데, 그러면서 저한테 그럽니다.
"나 더 늦기 전에 육퇴 갔다 올게."
진짜 어이가 없어서 "... 뭘 했는데 퇴근을 해?"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쑥 삼키고 고개만 끄덕끄덕합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산후우울증 관련 영상 보내주면서 자기 마음이 이렇다고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곤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거기서 뭐라고 합니까...
그렇게 육퇴를 갔다 오면 아이를 아홉 시쯤 재우고 나서 다시 누워서 유튜브나 게임을 하다 자거나, 아니면 가끔 집안일을 합니다. 빨래는 묵히다가 제가 '더 이상 수건이 없어' 아니면 '내일 출근할 때 입을 옷이 없어' 하면 그 날 밤 새서 해 주고요. 하고 나면 건조기에 그대로 들어 있거나 (그나마 셔츠는 꺼내서 걸어줍니다... 구겨진다고) 빨랫바구니에 구겨져서 들어가는데... 가끔 날 잡아서 개어주긴 합니다. 설거지는 보통 3일, 길면 5일 정도 묵혀서 하는데 제가 참다 참다 못해서 주말에 하는 게 3번에 한 번 꼴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일주일 넘게 묵혀놓은 거에 눈 빨간 파리 빠져 죽은 거 발견한 적이 있는데... 아내가 설거지 묵혀놓고 집에 초파리 생기는 것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나네요. 청소는 뭐... 물어보면 항상 제가 안 볼 때 자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항상 바닥에 부스러기들이 밟혀서 제가 한 일주일 정도 참다가 도저히 스트레스 받아서 주말에 가끔 청소기 돌릴 때도 있습니다.
그냥 천성이 뭐가 닥치지 않으면 잡지를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매일 조금씩 좀 하면 안 되겠냐고 하니까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집 안이 깔끔하게 유지되면 뭐라고 하지도 못 할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고요. 지금 집 안을 둘러보자면 일단 현관 앞에 개똥 다섯 덩이 있는데 안 치우고 그냥 나갔네요. 보나마나 유치원 갈 시간 다 될 때까지 못 일어나다가 허덕허덕 일어나서 나가느라 손 안 댔겠죠. 뭐 이런 건 그나마 괜찮아요. 세탁실 앞 바구니에 건조기에서 꺼낸 채 일주일째 터치 안 한 구겨진 빨랫더미 있구요 (다행히 닥쳐서 입을 거 없으면 빨래는 해 놓습니다). 강아지가 침대 커버에 토해놓은 것도 3일째 그대로 있네요. 오늘 아침에 기사님 방문하는 거 있는데 집안 적당히 정리해 놓을 줄 알았더니 아무것도 안 해놓고 나가서 결국 재택근무하면서 난장판 또 제가 다 정리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옷은 전부 다리지 않아도 구겨지지 않는 스포츠웨어 종류가 되어 버렸고요. 이 사람과 결혼하고 나서 더 늘어지고 자기관리가 안 되는 것 같아서 더 이상 기대지 않고 내 인생 내가 가꾸려고 점점 노력하고 있습니다.
... 하도 답답한 게 많으니까 이야기가 산으로 갔네요. 죄송합니다.
이게 되게 애매한 게 이해해 줄 수 있는 문제 같기도 한데(나가서 남자 안 만나고 술 안 마시는 게 어딥니까), 그렇다고 평생 하루에 이렇게 두 시간씩 집을 나가 있는다는 걸 그냥 멍하니 보고만 있어야 하나 하고 싶기도 하고, 정말 판단이 안 섭니다. 재정적인 걸 떠나서 이 문제 때문에 요즘 맞벌이를 하는 게 어떠나 하고 이야기해 보고 있기도 합니다. 맞벌이를 하면 조금 정상적인 생활 패턴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요. 그리고 맞벌이를 하면 제가 요리와 설거지를 담당할 텐데 그럼 그 부분에 있어서는 그나마 스트레스 안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게 정상인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수정: 상상도 못했는데 게임 이름에 꽂히시는 분들이 많아서 게임 이름 삭제했습니다. 의견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