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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Selective)에필로그

왕보리 |2012.05.29 17:02
조회 1,373 |추천 6

출처 : http://web.humoruniv.com/main.html
< 웃대 : 무조건해라 님 >

 

에필로그.

 

 

 

 

 

띠리리리리리리딩.


“기수야!!! 일어나야지!!! 학교 안가니?”


시계의 시끄러운 자명소리도 이기기 힘들판인데 엄마의 짜증섞인 목소리까지...


이건 완전히 패한 게임이다.


그런데 학교?


아하.


오늘은 평범한 월요일이었지.


시계를 보니 아무리 봐도 지각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뭐 서두를거야 없을테니.


대충 옷을 입고는 비어있는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싱그러운 봄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집앞에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민욱이랑 시훈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기수. 네가 웬일로 학교를 다 가냐? 오늘도 학교 째는줄 알았는데.”


“이제 학교 가야지. 학교 만큼 재미있는 곳이 어딨다고.”


“미친놈. 키킥. 이왕 학교가기로 마음먹었으면 빨리 가자. 담탱이한테 또 무슨 소리를 들을라고.”

 

 

친구들과 학교로 출발한 나.


학교까지는 불과 20분 거리였기에 우리는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던 중 남학생 몇 명이 모여있는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어떤 아저씨가 음란물을 팔고 있었다.


“야 기수야. 우리도 하나 살까?”


“사긴 뭘...응?”


오호라.


그랬구나. 키킥.


“아저씨. 이런거 팔면 안된다는 것 알면서도 파는거죠?”


“응? 학생 뭔데 방해하는거야? 안살거면 얼른 꺼져.”


내 말을 무시하고는 다시 다른 학생들에게 음란물을 권하는 아저씨.


분명 이런 아저씨가 아닌데.


“아저씨. 이런 것 팔지 마세요.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많잖아요. 왜 하필 이런거에요?

이런것은 아저씨랑 어울리지 않아요. 아저씨가 얼마나 멋지신 분인데요.”


내 말에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아저씨.


친구들도 왜 그러냐면서 말렸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다른 좋은 방법 많을거에요. 정당하게 살고 싶지 않으세요? 남들이 머뭇거릴때 아저씨는 혼자서 앞장서신

분이에요. 그런 멋지신 분이 왜 이런것을 하세요?”


“아니 이 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건지...”


나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주위에 모여있던 아이들이 점차 사라져갔다.


난 아랑곳하지 않으며 아저씨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이거 별 미친놈아녀? 에이 퉷. 오늘 장사는 다 망쳐버렸네.”


바닥에 침을 뱉고는 자리를 뜨는 아저씨.


그러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그래.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야. 너 저 아저씨 알아?”


“응. 아마도. 키킥.”


“뭐야, 이거 완전 미쳤네? 하긴. 학교 가는 것 자체가 미친짓이지. 키킥.”


민욱이랑 장난스럽게 대화하던 중 시훈이가 말했다.


“얘들아. 여기 좀 봐. 이새끼도 여기 있었는데?”


시훈이가 가리킨 곳에는 아직 자리를 뜨지 않은 같은 또래의 남자애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얘도...하핫.


“뭐냐? 야? 너도 저 비디오 사려고 있었던거냐? 완전 또라이 왕따새끼네. 하긴. 친구가 없으니 저런거라도

봐야지. 키킥.”


민욱이와 시훈이는 그 애를 툭툭치면서 갖은 욕을 다 하고 있었다.


어떻게 서로 알고 있는거지?


“시훈아. 너 쟤 알어?”


“알다니? 당연한 것 아냐? 얘 우리반 왕따잖아. 재수없는 새끼야. 하긴 너는 학교 잘 안나왔으니까 모르겠다.
이런 새끼들은 밟아줘야해. 키킥.”


우리반이었다고?


난 이제껏 그렇게 무신경으로 살았던가?


시훈이랑 민욱이가 계속 괴롭히자 그 애가 주먹을 움켜쥐는것이 보였다.


그러면서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이런 이런.


안되겠네.


“야야야. 내가 얘를 모르긴 왜 몰라? 니네 얘가 얼마나 대단한줄 알아?”


“뭐? 기수야. 뭔 헛소리야?”


“나 지난주에 농구를 하는데 어떤 팀이 붙자고 하는거야. 그래서 했는데 이 놈이 주전이더라고.

농구 진짜 잘해. 전국 대회에서 입상도 했다는데?”


“웃기지마. 너 지금 구라까는거지?”


“아니거든? 내 말 못믿냐? 얘 농구선수하고도 알고 지내. 나중에 입단한다고 하던데.”


내가 너무나도 진지하게 말하자 믿는 눈치를 보이는 민욱이와 시훈.


어느덧 놈들도 그 애한테 달라붙더니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너 정말이야? 진짜? 누구랑 알고 지내는데?”


“나중에 농구 한판 뜰래? 어때? 솔직히 못믿겠는데.”


그 애는 물론 당황스러워 했고 난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보며 빨리 학교 가자고 말하고는 먼저 보냈다.


애들이 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냐?”


“수...근. 진수근.”


“이제야 네 이름을 알았네. 미안하다. 너무 늦게 알아서.”


“근데...나 농구도 못하고...너랑 해본적도 없는데...”


“괜찮아. 그까짓것 지금부터 하면 되지. 나랑 같이 할래? 어때?”


“좋...좋긴 하지만...”


“됐어 그럼. 진수근. 수근아!!! 빨리 학교 가자. 키킥.”


진수근이라...


이렇게도 순진하고 착한애였다니.


너무나도 다행이다.


착한 본성의 수근이를 친구로 둘 수 있어서. 키킥.

 

 

학교에 도착한 우리는 수업을 받았다.


역시나 수업은 지루하단 말이지.


그래도 이왕 듣는것 열심히 들은 나.


어느덧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모처럼 시내로 나가 재미있게 놀았다.


밤이 되어 친구들과 헤어진 나는 전철을 탔다.


버스로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왠지 전철이 타고 싶었다.


전철은 퇴근시간대와 겹쳐서 만원이었기에 거의 끼다시피 해서 탔다.


손잡이를 잡고 서있는데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아저씨 뒤에 있는 긴 생머리의 여자.


화장을 짙게한 얼굴이었지만 꽤나 이뻤다.


근데 가만보니 여자의 행동이 약간 이상했다.


조심스럽게 아저씨의 바지속으로 손이 들어갔다.


그곳에는 지갑이 들어있었다.

 

 

“어어. 누나?”


난 누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굉장히 당황했는지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누나.


난 내가 내릴 역도 아닌데도 손을 잡은체 억지로 끌어 내렸다.


“이...이거 놔!!! 뭐야 너?”


내가 어지간히 쎄게 잡았나보다.


누나의 손이 벌겋게 물들어있었다.


“누나 왜 지갑 훔치려고 했어요?”


“뭐? 뭐 이런 어이없는 놈이 다 있어? 증거 있어? 왜 생사람 잡는거니?”


“누나. 그러지 마세요. 왜 그러는거죠?”


내가 뭔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자 당황해하면서도 궁금해하는 누나.


여전히 누나는 예뻤다.


“너 누구야? 나 알아?”


“알아요. 아마도요.”


“미친놈아냐?”


“누나. 누나 굉장히 예쁘고 착한데다가 따뜻한 마음까지 갖고 있어요. 근데 왜 이런짓을 하는거죠?”


“이...이...이익...”


굉장히 분해하는 누나.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네가 뭘 알아? 응? 나에 대해 알아? 누구는 돈이 없어서 훔치는 줄 알아? 이 도벽이라는게...

안고쳐지는 것을 나보고 어쩌라고!!!”


누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나의 말투와 행동에 동요했었나 보다.


“고칠 수 있어요. 누나라면 할 수 있을거에요.”


약간 눈물을 글썽이는 누나를 보며 뒤돌아 섰다.


더 이상 내가 할 일은 없겠지.


뒤에 눈이 달려있는건 아니지만 느낄 수 있었다.


누나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의 자국을...

 

 

전철 입구로 나와서는 걷기 시작한 나.


집과는 꽤 거리가 있었지만 걸어도 될 정도 수준이었다.


어둡고 어두운 밤.


봄이라서 그런지 향기가 나는 듯 했다.


“이제...그 아이만 남았구...”


“꺄악!!!”


하늘을 보며 걷고 있는데다가 다른 생각을 하다보니 앞에 누가 오는지도 몰랐다.


내 오른쪽 어깨에 부딪힌 여자애는 쓰러져 있었다.


그 가녀린 입으로는 온갖 욕을 다 하면서.


“아 뭐야 신발. 조카게 아프네. 눈 뜨고 다니는거에요? 아 진짜 짜증나.”


투덜투덜대며 일어나는 여자애.


난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다.


“뭐에요? 부딪혀 놓고 그렇게 멍하니 있으면 다에요? 존내 짜증나. 아악!!! 신발. 옷 더러워졌어. 아씨.”


“저...저기...”


“뭐요?”


“미안하다.”


“당연히 미안해해야죠!!! 아씨.”


“지켜주지 못해서...”

 

 

여자애는 옷을 털다 말고 나를 쳐다봤다.


상대방이 모르는 미안함의 감정.


가슴이 착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술 드셨어요? 교복 입은 것을 보니 고등학생 같은데. 왜 그래요?”


“너...나랑 사귈래?”


“네?”


안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다.


굉장히 귀엽고 예뻤다.


“나랑 사귀자고.”


“진짜 술먹었나 보네. 오빠. 교복 입은 상태로 그러고 다니면 그거 완전 미친놈이에요. 알아요? 키킥.”


“진심이야.”


“아 진짜. 저 아세요?”


“알아. 대충은.”


“아하 그렇구나. 신발. 지은이 그년이 말한건가? 맞죠?”


지은이?


걔가 누구지?


“그년한테 원조교제한다고 말하는게 아니었는데. 젠장. 뭐 좋아요. 얼마줄건데요?

설마 그거하려고 여기서 저 기다린거에요?”


“무슨말이야?”


“저랑 자고 싶어서 온 것 아니에요?”


“그런 것 아닌데.”


“아 신발. 그럼 도대체 뭐에요? 짜증나게.”


온갖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정작 내가 지켜주지 못했을때는 괜찮다고 말해주었는데...


차라리 그 때 나를 욕하지 그랬니.


그럼 내 속이 좀 더 후련했을텐데.

 

 

“나는 너와 있고 싶어. 너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지금부터 알아가면 돼. 내 손 잡아주지 않을래? 내가 지켜줄게.”


나는 손을 내밀었다.


여자애는 내 손을 보더니 말 그대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장난...”


“장난 아니야. 널 좋아해. 아니.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지. 지켜주고 싶다. 이번만큼은 꼭. 지켜주도록 해줘.”


내 말에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


이 애도 그것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내...내가 왜 이러지...? 왜...? 오빠...누구에요...? 도대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손이 움직이는 것처럼 신기해 하고 있다.


역시나 따뜻한 손이었다.


“꼭...지켜줄게...초롱아...”


나의 미소에 초롱이도 이유를 모르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너무나도 기다렸던 행복한 만남.


고마워요. 이렇게까지 신경써주셔서.


역시나 천사이셨군요.


추운 밤중에 흐르는 따스한 눈물이 내 뺨을 적시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내 기억은 없애지 말아달라는거다.”


“네?”


“이곳에 나갈때는 모든 기억을 없앤다면서? 내 기억은 없애지 말아달라고.”


세나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듯 했다.


이해를 못한다기 보다는 잘못들었나 의심하고 있다는게 더 맞는 말일지도.


“그것뿐인가요?”


“원래 선물은 하나 아니었나?”


“그렇긴 하지만 너무 의외인걸요?”


“의외일것은 없어. 인간은 개개인이 다 독특한 존재들이니까.”


하긴.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뭔가 커다란 것을 바랬겠지.


“후회 하지 않나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후회? 만약 내가 무언가를 원했다고 쳐. 그래봤자 이곳에서의 기억은 지워진 상태로 나가게 되겠지. 그

럼 나는 그저 새로운 내가 되는 것 뿐이야. 만약 부자이길 원했다면 가난했던 지금의 상태에서 부자가

된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부자인 내가 되는거지. 이곳의 기억은 없어질테니 말야. 그렇다면 무슨 소용이지?

뭔가가 부족했을때 얻어야 선물 아닌가?”

 

 

내 말에 세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웃으며 세나가 말했다.


“역시나 당신은 다르군요. 호홋.”


“아 그리고. 혹시라도 이곳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안할테니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걱정이요? 전혀요. 히힛. 말을 안할거라고 믿긴하지만 혹시나 말을 한다고 해도 그 누가 믿을까요?”


“후훗. 괜한 걱정을 했군.”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곳의 기억이야말로 내게 있어서는 가장 큰 선물이다.


그렇기에 선택했을 뿐이다.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요. 어쨌든 약속은 지키도록 하죠. 이곳에서의 기억은 지우지 않겠어요.

덤으로 뭔가도 더 드리도록 하죠. 그럼 즐거웠어요, 기수군.”


아까 느꼈던 나의 허무함을 알았는지 이번에는 뭔가를 읊조리는 세나.


아니면 원래부터가 저런 것이 필요한 일이었는지도.


세나는 내게 다가오더니 자신의 오른쪽 손을 내 이마에 갖다 대었다.


점차 눈앞이 빛으로 가득찼고 난 서서히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


따뜻한 빛속으로 내 몸은 점차 녹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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