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전 우울증을 심하게 겪은 나의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이겨내고 있는 이야기....얼마 전 멀쩡해 보이던 직장 동료가 조심스럽게 말하더군요..정신과 진료를 받고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내 문제도 아닌데 그 공포와 무서움을 알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 우울증을 앓거나 우울증으로 가는 단계에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그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 분들이 혹여나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전문적 지식은 없지만...그리고 내 방법이 맞는 건 아니지만....그래도 내가 겪었던 이야기와 극복해낸 방법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써봅니다.
내가 우울증에 걸렸던 원인은 ......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의심할 수 있는건 직장생활을 10년넘게 하면서 받아왔던 그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난 극복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그냥 버텨내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러다 그게 곪아 터진 병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게 된 계기는 아래와 같은 증상들이 지속되고 있을 때 였습니다. '마음이 지쳐가고 있구나' 라고 생각될 때 그냥 단순이 누구나 겪는다는 '번아웃'인줄 알았습니다.잠을 못 잡니다.... 몸은 너무 피곤한데 자려고 누우면 내일 벌어질 일과 해결 방법을 걱정하느라 반쯤 뜬눈으로 날을 샌게 거의 1년간.....이거 진짜 사람 미쳐버립니다. 잠을 못자니 하루종일 몽롱합니다. 졸음도 없습니다.그 걱정들은 반드시 일어납니다. 연차, 휴가....벌어지는 일들로 쉴수도 없습니다. 어쩌다 쉬는날도 집에서 화상회의로소집합니다. 그 내용들도 질책과 같은 안좋은 일들입니다. 해결 안되는 일을 해결하라 하니 다시 미쳐버립니다. 술도 안마십니다.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회사일로 누군가 전화가 오면 한겨울에도 순식간에 식은땀이 납니다. 어차피 안좋은 내용일테니...무서웠습니다. 모든 신경이 예민해지고 짜증나고 화가나지만....화내는 성격도 아니고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으로 혼자 참아냅니다. 이런 증상들이 쌓이니 이런생각이 듭니다. '이러다가 내가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내가 칼부림으로 누군가 죽이겠다'
저는 가끔 뉴스나 기사에서 보는 누군가의 X살 기사를 보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그냥 편안해 지고 싶다. 다 내려놓고 싶다.' 높은곳에서 아래를 보면 잠깐만 참으면 다 편안해 질텐데 라는 끔찍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만나기가 싫어지고 그냥 혼자 있고 싶어집니다. 그러다보니 누군가한테 내 감정을 말하고싶지도 말할 기회도 없습니다. 그때부터 X살 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이해가 됐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벼랑끝에 몰린 그 기분을....느낌을....폭발하고싶지만 할수 없는 그 마음속 감정을....
이 타이밍에 안되겠다 싶어 평생 가본적 없는 회사 근처에 정신의학과를 찾았습니다. 몇가지 질의응답서 검사를합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이 있는 방에 들어갑니다. 여러가지 질문에 답변을 합니다. 시간이 꾀 길어집니다. 의사선생님은 내 답변에 어떤 대꾸도 하지않고 자꾸 뭔가 입력합니다.내 답변에 어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다. 위로도 없습니다. 리액션도 없습니다. 질문만을 할뿐 이럴땐 어떤 기분이 드냐. 그래서 어떻게 했냐, 이런 경험이 처음이냐....등등 단순하지만 누군가 한번도 나에게 하지 않았던 질문들입니다. 그리고 일주일뒤 다시 의사선생님을 만났을때 한번 더 인터뷰를 하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우울증이 심하시다." 진단은 위험수위 라고 하십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라...등등...누군가에게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병을 얻었다는게....
저는 처음에 우울증이란 하루종일 눈물이난다? 슬프다? 외롭다? 등에 병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평상시 생활은 멀쩡하게 합니다. 대화도 때론 웃으면서...남들과 똑같이....그래서 남들이나를 볼때는 멀쩡해 보였을겁니다. 그런데 집에와 거울을 보고 혼자가 되는 순간....뭔가.... 가짜 가면을 벗고 진짜 썩어버린 내 모습을 보는것 같은 절망감과 자괴감 같은 기분이 들며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습니다.
평소 내가 좋아하던 모든것을 부정하게 됩니다...예를 들어...친구, 취미, 옷, 음식, TV프로그램 등등 모든게 관심에서 사라집니다. 찾지 않습니다. 그냥 싫어집니다. 그냥 집에서 누워있거나 앉아만 있습니다. 잠을 자는것도 아니고 누워서 앉아서 뭔가 하는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무 감정이 없어집니다. 그냥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생각만 듭니다. 시계 초침흘러가는 소리만 들립니다. 그 소리가 너무 불쾌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 느낌과 기분을 글로 표현하는게 쉽지가 않네요.
결국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일단 모든걸 내려놔야 겠다라는 판단 이었습니다. 다음 계획 같은건 생각할 여유조차없이요 그러면 그나마 마음이라도 편안해 질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더군요 1년간 집에서 나가질 않았습니다. 솔직히 나가질 못했다는게 맞는 표현 일수도 있습니다. 간단히 먹을걸 사로 나가는것 외에 거즘 1년을 집에만 있었습니다. 처방받은 약은 애초에 끊었습니다. 약을 먹으니 '우울증약을 먹었다'는 기분때문인지 모르지만 뭔가 좀 좋아지는것 같다가도 어지럽고 약간 역하기도 했습니다. 이걸 계속 먹다 평생 먹어야할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냥 버렸습니다.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똑같았습니다.
그렇게 집에서의 1년이 되었을때, 정신도 문제지만 몸도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뭘 제대로 먹지도 않았는데 살은 거즘 15kg가 쪄버렸고, 온몸에 근육은 다 빠져버렸습니다. 힘도 없고, 면역체계가 무너지니 온몸이 아파왔습니다. 거울 앞에 내 모습은...참 처참했습니다.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그리고 다 포기하고 싶다 끝내고 싶다 라는 생각도 유효했습니다. 뭔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구요.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차라리 그게 낫겠다...'
무섭고 외롭고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때 의사선생님이 해줬던 말이 번뜩 생각났습니다. "젓가락들 힘도 의지도 없겠지만....힘들지만 나가야된다. 움직여야한다. 걸어야 한다." 저는 그날 바로 작은 백팩에 옷가지 몇개만 넣고 다음날 일본행 비행기표를 끊었습니다. 편도만요 안그러면 정말 죽을것 같았습니다. 죽어도 피해주지말고 딴데가서 죽자는 마음으로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나를 아는사람이 없는... 나한테 말거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떠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냥 비행기만 끊어서 무작정 떠났습니다. 돌아오는 일정도 모른체로요... 일본에 도착해서 그냥 걸었습니다. 걷고 또 걸었습니다. 기차역 몇개역은 그냥 걸었습니다. 어딘지도 모르고 목적지도 없었습니다. 그냥 구글맵에 방향만 보고 걸었습니다. 그러다 날이 저물면 근처 가장싼 숙소를 잡아 들어갔고근처에 허름한 식당이나 규동집에서 하루 한두끼는 싼가격에 허기를 달랬습니다. 몇일째인가는 어디 작은 도시에 시장 입구에 주저 앉아 펑펑 울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못가겠다고...힘이든다고... 정말 주저앉아 펑펑 울고 있을때 어떤 아주머니가 녹차음료 하나 주며 뭐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내 어깨를 토닥여 주기도 했습니다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돌아갈까 생각도 했습니다. 다리랑 허리랑 너무 아프고 도시를 옮길때 기차를 타고 가면서 쉬면서.....그렇게 갈때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갔습니다. 그렇게 약 한달간 동쪽에서 서쪽으로 일본 전국을 종단했습니다. 북해도에서 오키나와 까지....마지막 오키나와 끝에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뿌듯함이란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좋았다' 라는 느낌을 너무 오랜만에 느낀탓인지 또 눈물이 났습니다. 별것도 아닌 여행에서 뭔가 끝까지 해냈다? 라는 내가 참 대견하고 약소하지만 나를 칭찬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고....다음은 '뛰자' 였습니다. 그냥 운동화 신고 집밖으로 나가 뛰었습니다. 약 세달정도...하루도 빼놓지 않고 뛰었습니다. 처음에는 1km 뛰기가 그렇게 힘들더군요....숨도 차고...계속 뛰었습니다. 뛰기 싫었지만 그래도 참고 뛰었습니다. 한달이 지나니....이제 5키로....8키로 뛰는게 쉬워졌습니다. 살도 다시 빠지기 시작합니다. 세달이 지나니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몸이 오히려 옛날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그렇다고 우울증이란게 쉽게 치유가 되는건 아니었지만...그래도 마음속에 뭔가 희망이라고 해야하나...이런게 조금씩 생기더라구요. '해보자'는 마음 런닝 빼놓지 않기....푸쉬업 하루 200개 반드시 하기...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경력직 취업을 다시 알아봤고. 4개월 도전 끝에 면접도 봤습니다. 현재는 새 직장을 다시 다니고 있고, 현재 진행형 입니다. 우을증은 완치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잊을수 는 있다고 하더라구요. '우울증이지만 난 우울증이 뭔지 기억나지 않는다' 는 마음이 들게끔요 지금도 누군가 만나기 싫고, 옛날에 좋아했던게 관심도 없는건 똑같지만... 기억나지 않기 위해 뭔가를 계속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운동입니다. 혼자서 뜁니다 그냥 오늘도 춥지만 뛸겁니다.
우울증이라면...정~~말 의지가 없지만 밖으로 나아가 보세요. 준비도 필요없고 옷입고 신발만 신어도 반절은 해낸겁니다. 밖으로 나가서 움직이는게 큰도움이 되었던거 같습니다. 동네도 좋고 여행도 좋습니다. 계속 뭔가를 보고 생각하시면...우울증이 기억나지 않을겁니다.
모두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행복했으면 합니다.